한국학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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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지난 글에서 2025년 [한국학 소식] 통계를 통해 전반적인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의 이용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상세한 분석을 통해 2025년 한국학 학술 지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025년에 열린 학술행사 1,022건의 핵심 키워드를 워드 클라우드와 빈도수로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2. 2025년 한국학계의 주요 담론
2025년 한국학 학술행사 상위 30개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 2025년 한국학계의 주요 담론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식민지'를 넘어 '평화'로: 동아시아 한국학의 새로운 지평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이라는 역사적으로 각별한 해였다. 이 해의 학술행사 키워드 1위가 동아시아(빈도수 31회)였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해방(13회), 광복(9회), 일본(9회), 중국(8회), 식민지(9회), 한반도(12회), 조선(11회) 등 역사적 키워드들이 상위권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학계가 올해의 시간적 의미를 결코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 키워드들의 무게 중심이 '식민지 피해'의 서사에서 '동아시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미래 지향적 담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 전의 광복을 단순히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전체의 냉전 극복과 공존의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학계 전반에서 감지된다. 2025년 7월 열린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의 학술회의 "동아시아 냉전과 평화체제"는 그 상징적 사례다.
이는 전문가들에게는 한국학의 지역학적 외연 확장이라는 학문적 과제를 제기하고, 일반 대중에게는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가 한반도를 넘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거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미래를 설계하는 한국학의 성숙한 시선이 여기에 있다.
2) AI시대, 한국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인문학의 생존과 재정의
AI시대(26회) 가 키워드 2위에 오른 것은 한국학계에 전례 없는 자기 성찰의 계기가 찾아왔음을 보여준다. 미래(19회), 전망(19회), 디지털(15회), 인공지능(6회) 등의 키워드가 함께 부상하면서, 이제 한국학 연구자들은 '무엇을 연구하는가'에 앞서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를 먼저 묻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디지털 도구를 연구에 활용하자는 차원의 논의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글을 쓰고, 번역하고, 역사적 사실을 정리하는 시대에, 인간의 맥락과 감수성, 가치 판단을 다루는 인문학의 고유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실존적 고민이 학계 전반에 퍼져 있다. 2025년 8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AI시대의 위기와 대응: 인문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12월 한중인문학회의 "생성형 AI시대, 인문학의 미래"는 이러한 고민이 이제 논문 수준을 넘어 공개적 토론의 장으로 나왔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에게 이 흐름은 한국학 방법론의 근본적 재설계를 요청하는 신호이며, 대중에게는 "AI가 발달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학문이 더 중요해진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바뀔수록, 우리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은 더욱 절실해진다.
3) 다시 기본으로: '기억'과 '의미'를 붙드는 학문적 성찰
AI와 디지털이라는 격랑 속에서도, 2025년 한국학계는 자신의 본령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키워드로 드러냈다. 역사(19회), 인문(17회), 의미(10회), 기억(7회), 공동체(6회), 지역(7회), 교육(7회) 등의 키워드는 기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한 학문적 고집을 보여준다.
특히 '기억'과 '의미'라는 키워드의 부상은 의미심장하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가의 문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2025년 10월 전국역사학대회의 주제가 "기억과 기념"이었다는 사실은, 역사학자들이 AI와 디지털의 도전에 맞서 인간의 기억 행위 자체를 학문의 중심에 다시 세우려 했음을 시사한다.
공동체(6회), 지역(7회), 교육(7회) 키워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글로벌 기술 담론이 개인화와 파편화를 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학은 오히려 지역 공동체, 집단적 기억, 교육적 전승이라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전문가에게는 한국학의 사회적 실천성 강화라는 과제로, 대중에게는 "내가 속한 공동체와 지역의 이야기가 곧 학문의 주제"라는 친근한 초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3. 결론
결론적으로, 2025년 한국학 학술행사의 키워드들은 세 가지 긴장과 균형을 동시에 보여준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동아시아적 미래를 그리는 역사적 성숙, 기술 변화 앞에서 인문학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실존적 성찰,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기억과 공동체를 붙드는 학문적 중심 잡기. 이 세 흐름이 교차하는 자리에 2025년 한국학이 서 있다. 이러한 흐름 이외에도 2024년 12월 3일 계엄 사태에 대한 학계의 학술적 대응도 일부 진행되었다. 민주주의(9), 계엄(3) 등의 키워드가 이를 반영하는데, 다만 이에 대한 학계의 심층적 연구는 올해 2026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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