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惜一扇措大吝癖 遐鄕窮措大居家 以吝嗇 名於鄕曲 嘗於夏初 貿得塩石魚一尾 懸之樑上 每飯 令家人 只一次仰見而食曰 「佳哉 魚之味也」 是猶愈於徒食也 其稚子 不解父之意 一飯而再仰見 父叱之曰 「已得無醎乎 何以再爲」 家衆莫敢復仰矣 又有人嘗遺扇一柄 措大呼諸子而示之曰 「此誠佳品 可得壽幾年乎」 措大諸子 長惟畧肖 餘無類者 其仲子先對之曰 「一扇之壽 一年足矣」 復問其次 亦如仲子之言 措大便不悅曰 「敗吾家者 必若曺也」 顧其長子曰 「汝第言之」 長子進跪曰 「諸弟年幼 皆不省節用之道 一扇可支二十年」 措大大畧降辭色 少加贊賞曰 「其道何如」 長子曰 「一開闔之間 未免致損 孰若盡展其扇 執柱不動 以頭搖之 則豈特至二十年乎」 滿座皆大笑云 噫 顧彼富家子弟 崇奢極侈 溺於酒色之場 破其祖先之業 此寧不愈於彼耶 然而奢與嗇 其失一也 思得中行而與之 則庶乎其可也
먼 시골에 가난한 선비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인색한 것으로 그 고을에서 이름이 나 있었다. 일찍이 초여름에 소금에 절인 조기 한 마리를 사서 대들보 위에 걸어놓고는, 매번 밥을 먹을 때마다 집안 식구들에게 한번씩만 올려다 보고 밥을 먹으며 “고기 맛 좋다!”라고 말하게 하였는데, 이는 그냥 맨밥을 먹는 것보다는 그래도 훨씬 나았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어린 자식놈이 아버지의 뜻을 깨닫지 못하고 한번 밥을 먹으면서 조기를 두번 올려다 보자 아버지가 꾸짖으며 말했다. “너무 짜지 않니? 무엇 때문에 두번이나 보느냐?” 이와 같이 하였으므로 집안 사람들은 감히 두번 올려다 보지 못했다. 또 일찍이 어떤 사람이 부채 한 자루를 주자 선비가 아들들을 큰소리로 불러 부채를 보여주며 말하였다. “이 부채는 정말로 좋은 제품인데, 몇 년이나 쓸 수 있겠느냐?” 선비의 아들 중 큰 아들만 대략 아버지를 닮았을 뿐 나머지는 아버지와 같은 부류가 아니었다. 둘째 아들이 먼저 대답하였다. “부채 한개의 수명은 일년이면 충분하지요.” 그 다음 셋째 아들에게 다시 물으니 그 또한 둘째 아들이 말한 것과 똑같이 말하였다. 선비가 곧 몹시 못마땅한 기색을 하며 말하였다. “내 집을 망하게 할 놈은 바로 너희들이로구나!” 이윽고 큰 아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네가 한번 말해봐라.” 큰 아들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앉아 말하였다. “아우들이 모두 나이가 어려 아껴 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채 하나를 가지면 20년은 버틸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선비는 어느 정도 음색을 누그러뜨리고 약간 칭찬까지 하면서 말하였다. “20년 동안 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고?” 큰 아들이 말하였다. “한번 펼쳤다 오무리는 사이에 훼손됨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니, 만약 누구라도 부채를 다 펴서 기둥에 고정시켜 놓아 움직이지 않게 하고 머리를 요동시킨다면 어찌 비단 20년만 가겠습니까?” 만좌중의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고 한다. 아! 돌아보건대 부잣집 자제들이 사치를 지극히 숭상하고 주색(酒色)에 빠져 그 선조들의 업을 깨뜨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인색한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치와 인색 모두 정도를 잃기는 매 한가지니, 생각하여 중정(中正)의 행실이 어떤 것인가를 깨달은 연후에 행동한다면 거의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