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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상황
정수갑씨의 앞의 이야기가 끝나자, 제보자가 “정만수만큼 짖구진 사람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면서 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제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청중이 웃기 전에 자기가 먼저 웃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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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지역: 경상남도/거창군/남하면 분류코드: [남하면 설화 15] 테이프번호: T. 남하 2 앞~뒤 조사장소: 무릉리 원무릉 조사일: 1980.8.19. 조사자: 최정여, 강은해, 박종섭, 임갑랑 제보자: 정수진(남, 65세) 골탕먹이는 사돈 * 정수갑씨의 앞의 이야기가 끝나자, 제보자가 “정만수만큼 짖구진 사람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면서 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제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청중이 웃기 전에 자기가 먼저 웃곤 했다. * 이전에 어느 골에 큰 부자가 살았어. 그 부자가 살았는데. 그 부자는 대대로 내리오면서 살림은 많아도 벼슬은 하나도 못하는 기라. 그래도 내가 어느 골에 가가지고 한 친구를 정하만 싶어서, 방방곡곡 돌아댕기미 보니까, 그 하나 친구를 정했으만 싶은 사람이 있어. 그래 그 사람하고 이 얘기를 떡 해보니까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인제 ‘내 재산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 어데까지나 공부를 시키가지고 내 친구를 만들어야 되겠다.’ 하는 그런 마음으로 생각을 두고 그래 거, “공부를 하만 무신 공부를 하느냐?” 이래 물으이께, “그야말로 급제를 하나 했으만 좋겠읍니다.” “그러면 자네 나이를 몇 살 먹는고?” 카이, 그때 아마 십삼 살쯤 먹었던 모냥이라. “그러면 자네 거 공부를 좀 열심히 하게.” 그래 인자 거 뒷받침을 해 줘가며 그러그러 공부를 시키는데, 십오, 육세가 됐던 모양이라. 그래 한날 참 과거를 본다, 그래가지고 거스글 했는데, 그래 인자 그 사람을 뒷받침을 죽 해조가지고 과거를 보니까, 다행스럽게 마 몇 해가 지난 후에 그야말로 급제를 했어. 그만치 뒷받침을 해 줘서 급제를 했으이께네로 친한 친구가 됐다고 인정은 했는데, 가마이 보니께 공부시킬 제 하고, 공부 시기놓고 나이께로, 아주 차이가 우월하게 생기는 기라. 공부 나한테 배울 적에는 가난한 사램이 되노이 자꾸 인자 머신가 도움을 받을라고 아량을 베풀고 이랬는데, 공부를 해놓고 급제를 떡 해놓고 보이께네로 배반하는 그런 기색이 좀 보이거든. 아 그래서 ‘야 짐승을 도우만 은혜를 알고, 사람을 도우만 [청취 불능] 을 안다(1)-원수를 삼는다는 뜻인 듯함.- 하디만도, 사실이 그런갑다.’ 이래 이거 참 분통이 터지는 기라. 그러나 내가 환경에 어쩔 수 없어. 그러구로 인자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세월이 턱 갔는데, 그 사람이 한 오십 살쯤 떡 묵었을 직에, 자녀들은 자꾸 길러나고 살림이 차차 가기 시작하는 기라. 살림이 차차 차차 가기 시작해. 한 오십 살 묵어 살림이 딱 가버리고 하니 형편없이 됐어. 그 매일 장주를 하고, 그 부자로 살던 사람이 뭐 공부에는 머리가 없고, 참 술이나 먹고 남 도와주는 그런 기나 하다가 사람 하나 도와 놨디, 그 사람이 날 도와주도 안하는 기라. 그래 손을, 큰 이전에 부자로 살아노니께, 큰 대접으로 손님 대접하기를 참 잘했는 기라. 그러만 ‘아무데 골에 그 부자집에 가만 대접을 잘한다.’ 과객들이 전부 담보짐을 싸 짊어지고 그 집으로 몰려들었는데, 아이 그러구로 살림살이 다 없애버리고 나이께로 과객도 하나 오도 안 하고, 참 그래 인자 부인하고 약속하기를, 언제든지 술은 손이 오만 아무리 없어도, 이전에 양반으로 살아노이 손 대접은 해야 되는 기라. 손 대접은 해야되는데, 손이오만 이 손을 천상 술은 내와야 되는데 딱 석 잔만 내오이라. 딱 석잔만 내오는 기라. 그래 딱 석 잔만 내오는데. 언제든지 손이 오만 딱 석잔을 내다노만 손이 딱 인사를 하고나만, “주주객반(主酒客飯)일세.” 그카거든. 술은 주인이 먹고, 밥은 손이 먹는단 말이지. 그래 한 잔 딱 마시거든. “일배 일배는 부일배라.” 이카민서 또 한 잔 딱 마시거던. 그래 인자 두 잔을 딱 먹고나서 석 잔째 딱 머라카는 게 아이라. “사나이 대장부가 술을 먹을라만 석잔을 먹어야제.” 석잔을 딱 묵거든. 마지막 잔에도 술이 하나도 없는 기라. 약속을 해놨으께네, “헤이거, 그 술을 어찌 작기 가지고 나왔으꼬.” 그래 인자 문을 탕탕 이래 뚜드리민서, “여봐라, 술 가져오라.” 술 있어야, 약속을 인자 굳게 해놨는기라. 죽어도 술 석 잔 내오지 마라. 그래 인자 참 그날은 그러그러 손이 턱 지나갔는 기라. 지나가서 점심 때쯤 되서 어떻게 먹고 접은지 죽을 지경인지라. 손이 와야 술을 먹제. 손 안 오만 못 먹는 기라. 그래 떡 기다리고 있으이께네로, 이 앞에 술은 못둑끈 매로 저런 거이 있던 모양이라. 거 가세(가장자리에) 실실 돌아댕기다가 대로변에 초록디가(초립동이가) 초립을 씨고, 마상을 해 가지고, 딱 앉아서 출렁출렁 다려가거든. ‘저 사람을 내가 불러 들있으만 천상 내가 술을 한 잔 얻어 묵겠구나.’ 싶어가지고, 막 불원천리하고 쫓아 내려가서, 그 길가에다 적 기달리 갖고, “여보게!” 그고 가물(고함을) 지르거든. 휘딱 돌아 보니까, 웬 노인이 불러. 그래, “예.” 카이, “여보게 우리집에 쉬가게.” 이카거던. 이거 무슨 영문인가 모른다. 그래 떡 내맀다. 내리가지고 집에 디가이께네로 인사를 착 극진히 하고 떡 이래하고 나이께네 아, “야 이사람아, 참 이 하루 질을 걷다 보만 중도 보고, 소도 본다 카든데, 이런 영감한테 몇 마디 이야기 듣고 가는 거도 이 사람아, 참 개얀은(괜찮은) 기네. 들어가서 쉬 가게.” 그래 떡 디갔다. 들어오이끼네 방문을 딱 열고, “여보게!” 떡 부른단 말이래. 부르이께 술상이 나오거던. 술상이 떡 나오이께, 내나(역시) 그 술 한 잔 떡 비우디, “주주객반일세.” 싹마시. 또 한 잔 더 비우디, “일배일배는 부일배라.” 카민서, 싹 마시. 또 인자 한 잔 더 비와가지고 석 잔째 딱 비우민서, “거 참, 사나이 대장부가 술만 먹으만 석 잔을 먹어야 되것어.” 싹 마시삐리거든. 그 딱 묵고 나디만 머라카는 기 아이라, “참―, 요새, 젊은이.” “예.” “인자 볼 일 엉가이 봤네. 자네 가게.” 이거 얼처구이가 없는 기라. 길 가는 놈 불러가지고 술을 제가 마셔삐리고 가라 카이께네, 이기 참 기기 맥힌 일이거든. 그래 참 상세하게 인사를 다시 하고 물었어. 그래 물으이끼네, 그가 누군가 아이라 자기가 도와주던 그 분의 아들이라. 급제한 사람의 아들이라. 급제한 사람이 그 잘 아는 기라. 틀림없이 요새 궁하게 살아가지고 있을끼께네 어찌 되더라도 저 내용을 알기 위해서 그래 정탐을 하러 보냈는기라. 거 떡 보내이께, 자기가 벌써 그 아들인가 모르제. 그래 그 아들이 집에 돌아가는 기라. 그래 인자 집에 떡 돌아 가가지고 그래 저그 아바시가 묻기를, “야야.” “예.” “그 아무 골에 가니까 그 어떤 노인을 만냈지?” “예, 만냈읍니다.” 귀신같이 알거든. 그 노인이 그른 짓을 하이끼네, “만냈읍니다.” “그래 만냈어? 그러만 그 집 들맀다 왔나?” “예, 들맀다 왔읍니다.” “들어가이 뭐라 하드노?” “가니께 술상이 나옵디다. 술을 한 잔 떡 따라 놓더니, 주주객반일세 그러며, 자기가 떡 마셔요. 또 두 번째 비우드니 일배일배는 부일배라 또 자기가 마셔요. 석 잔째 다 자시고 나더니, 아 이사람아 이제 당신은 볼 일이 없으니 가게. 가만히 생각하니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래 이 노인한테 다시 인사 드리고, 예 저는 가겠읍니다. 그래 돌아왔읍니다.” “허허 참참. 그 사람이 곤궁에 빠졌는가 뵈. 그럼 어데 취직 시커 줘야 되겠다.” 그래 인자 생각을 두고 참 상경을 하셔가지고 그래서, 그때 인자 어느 고을관리를 하나 줬어. 고을 사리를 줬는데, 고을 관리까지 갔는 건 참 덕택에 고을관리 갔는데, 아까 말하다시피 한 오십여 세 되니까 여사리를 해야되는데, 고사리를 가기는 갔지만 술 잘 먹는 사람이제, 살림살이 아무것도 없제. 요새 매로 또 이리 참 정화사업이 이루어졌던 모양이제. 잘 깨끗하게 할 때라서 뭐 살림도 없고 뭐 그냥 살고 있는데, 그래 인재 한날 중신애비가 왔단 말이다. 그 중신애비가 우리 동네로 말하면 윤춘영이라고 있는데, 중신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분처럼 중신하며 대니는 사람이, “이 집에 한 혼설감 있죠?” “아 있재.” “그러면 아무데, 어느 고을에 가면 참 부자가 있는데 그 부자한테 그 며느리 보면 어떠꼬요?” “아고 그 부자가 나한테 해줄라 카는가?” “괜시리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살림이 있어도 해 줄 낍니다.” “그러면 한 번 말을 해보게.” 그래 가서 말을 떡 하니께, 이 부자가 가만히 생가해보이 천상 살림이 있든지 없든지, 사돈이 배실 했짐으로 설마 며느리도 좋은데 가지 싶어서 “그래 한분 어울려 보게.” 그래 퍽 어울려 여운다고 와서 얘기항께, 부자가 해 줄라꼬 하니께노 ‘내가 괜시꺼나 고을살이하는 원이 대번에 좋다.’ 이 소리 못하고 은근히 뒤로 빼는 것 같아도 살림살이 하는 걸 하고 싶단 말이다. 그래 인자 살짝이 중신애비 귀에 대고, “자네 혼자만 알게. 에이 절대로 우리 집에 오만 살림 좀 가져와야 되네.” 살짝이 얘길 하거든. 가만히 보니 내가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 기라. 어찌, “예 알겠읍니다.” 본래 상놈은 양반하고 혼사할 때 혼사하기 전에는 전부 얼마든지 간도 빼줄라 카지마는 전에(2)-혼사하기 전에.- 안 받아 보면 헛일인 기라. 그래서 인자 그래 깨가 줄진 기라. ‘에라. 이놈의 거. 어찌됐든 고을 원한테로 내가 사위를 보기는 보는데 살림살이 얼마든지 준다. 내 살림 반 갈라 주지. 좋다.’ 그래서 중신애비가 와 갖고, “살림살이 반 갈라 줄라고 합니까?” 얼마나 좋은 기고. 그런데 그 덕으로 떡 혼자 정해갔고, 미리 받았으면 될낀데 미리 받도 아니하고 혼사 떡 했으니 아들 데리고 장가 갔다. 장가 가고 혼례상을 떡 채리 놓고 보이, 형편 없거든 이거는. 딱 명태 한 마리 놓고 찬 물 딱 떠다놓고 그래 지내는 기라. 아하 이거 틀림없이 날 논을 준다하더니만 논은 반은 이백 오십 섬이 되거든. 이 논을 줄라하니 얼마나 마음이 좋은지 그냥 그대로, “아, 좋다.” 아 밥상을 떡 갖고 들어오는 걸 보니, 아무 것도 없고 말이제. 아무 것도 없는 기라. 아무 것도 없고, 딱 물 한 그릇하고, 밥 한 그릇하고 그래 딱 주고 아무 것도 안 차리주는 기라. 이 선비는 기가 맥히는 기라. 사돈이 딱 엎드려서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천정을 한 번 떡 쳐다보고, 또 밥 한번 먹고 또 한번 쳐다보고, “아따 짭아라.” 카거든. 아무 것도 없는데 밥을 자꾸 떠먹고 자꾸 짭다는 기라. 그럼 이상하다 말이다. “나는 싱거워서 안 넘어간다.” “그럼 사돈. 여기 소금이나 좀 갖고 오쇼, 아 나는 짭아서 못 먹겠는데.” 아무것도 없는데, 뭐 있다고 저 천장에다가 한 백 년쯤 묵은 간이 눅은 기다란 간쪼구(간조기)를 달아 놓고, 그래 밥 한 숟가락 떠, 그놈 한 번 쳐다보고, 물 한 번 떠보고, 그래 참 짭다 카거든. 그래 이놈의 자식 얼마나 짭은지. 짭다 커는지. 참 기가 맥히는 기라. 부자집에 혼사하고 논 좀 타야 하고 생전 좀 잘 받을까 여겼더니만, 안 받기만 하니 간독에 그래 담가 놓고 찬물 떠다 놓고 딱 딱아먹어삐리고 아주 짭다 이카고, ‘천상 새 대접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 논을 주겠제’ 요랑하고 떡 왔는데. 저그로 실망을 하고 오는데 논을 가져오더라도, ‘대접은 내가 절대로 그 보답은 한다. 최소한도로 내 그 보답은 딱 할끼다.’ 요랑하고, 떡 인지 며느리가 참 가마를 타고 떡 왔는데, 헌구를 지냈는데 논문서카만 머 이불까지 뭐 해갖고 왔는가 했는데, 아무것도 없이 몸뚱이만 그냥 설레설레 어떻게 분한지 죽을 지경이라. 답답해서(3)-고을 원이 답답해서.- ‘이 놈의 고을 관리를 어찌 하나’ 싶어도, 놔둬라. 천상 자기가 논갖고 온다고 그래도 아무 것도 안하고, (4)-주체가 부자인 사돈.- 딱 밥 한 그릇 놓고 숟가락하고 재하고 놓고 가져와서, “사돈 시장하죠?” 그 사돈 아무것도 없이 어쩌자는 거야. “뭐야. 사돈이 배 불러서 안 잡수세요?” 그럼 밥그릇을 앞으로 싹 땡기거든. ‘이런 비러먹을. 나는 그래도 말이지. 조구를 달아놓고 짭다고 했는데.’ “시장하죠?” 딱 물어놓고, “뭘요.” “아니 그럼 안 시장하면 다행이구마.” ‘아하 이 사돈 그때 내가 그래 대접했더니 참 섭섭했던가 보다.’ “사돈 그런게 아니고, 참 먼저 번에 내가 대접을 조금 잘못 했는 갑습니다. 그러나 오늘 여기 와서 보니 사돈이 너무하네요. 처음 ‘시장하나‘ 물었길래 시장하다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 괜찮다 하니 밥그릇 싹 뺏들고 하루 종일 굶어 죽일꺼요.” 배 밑에서 쫄쫄 소리가 나는 기라. 그러고 인자 그 날 저녁은 먹지도 안 하고, “그냥 잡시다.” 누워잤는 기라. 누워자고 나서 이튿날 아침에 자기 딸이 자기가 봐선 딸이고, 장인으로 봐선 며느리제. 며느리가 아침에 떡 와갖고, “아고 아버님, 잘 주무셨읍니까?” “야야. 잘 자고 뭐고 배 밑구리 소리가 나서.” “아고 아버지. 어제 저녁 한 그릇 다 잡수셨대요.” 그 밥그릇을 사돈이 싹 댕겨가버리고 다 먹기는, 밥그릇 비워 놨는데 ‘아하 사돈이 먹었구나’ 참 억울한 기라. “야야 아침에는 조금 요기 되도록 차려 오너라.” “예.” 나가가주고 인상을 잘 봐가지고 쩍 차렸는데, 사돈이 어제 저녁에 그걸 다 잡수셔서 배탈이 나가주고 영 밤새도록 뒷간에 다니느라고 얼마나 욕을 보고, 아침엔 어찌 됐던지 그 안된다, 안돼. 물을 팔팔 끓여가지고, 뚜껑을 푹 달아가지고 그래가지고 와서, 아무 것도 없으면 사돈이 까닥하면 배탈났는데 더 큰일이 나거든. 큰일이 나기 때문에 그래 며느리는 어쩔끼라, 지애비 시키는 대로 해야지. 배추장을 팔팔 끓여가지고 두 그릇을 딱 가져왔는 기라. 그래 사돈이, “사돈 어제 저녁에 참 너무 뒷간에 댕기 싸터니만 설사 없나요? 그쳐졌는지 몰라요.” 아― 설사하다니 ! 말 그래 하거든. 그런데 사돈이 뚜껑을 열더니만 물을 훌훌 마시매, “아따 어제 저녁에 밥이 되디만 이제 밥이 되는갑다.” 속에 내려가디 어찌 밥이 되니, 뜨신 물을 마시니 인제 밥이 되는 기라. 저는 밥이 되도 사돈은 뭐 먹어야 밥이 되지. “그래 사돈도 혹시 밥이 될란가 자셔 보소.” 사돈이 먹으니 얼마나 분해놨던지, 그 놈 때려 쥑이고 싶어. [제보자가 청중들을 보고] 그래 안 그렇겠나, 그렇재? 그러나 성을 내면 자기 딸 줘삐리는데 어쩔라는 기고. 그래, “사돈, 뒷날에는 제가 한 번 청하겠읍니다.” “언제쯤 가꼬요?” “내년 춘삼월쯤 되야 안 되겠읍니까.” 그래 떡 왔다. 그러구로 인자 사돈을 보내놓고 그 세륜을 넘기고 봄이 되도록 기다리지. 개나 한 바리 정하지 싶어서 남을 생각지 아니하고 떡 기다리고 있으니 한 날 사돈이 청첩이 왔단 말이야. 딸을, 며느리를 데리고 갔으면 되는데 사돈은 얼매나 급한동 갔는지라, 고마. 진짜 고마 뻐뜩 갔다. “하이고 사돈 오싰나!” 고, 반갑게 이래 쌌거든. 사돈은 듣지 않고 속켠으로. 그래 인자 방에 떡 들어갔다. 점심을 주까 하이 점심을 주나, 저녁을 주까 하이 저녁을 주나, 그래 얼마 있다가 저녁 때가 언간히 되니께로 그래 문을 턱턱 이래 두드리며 열디만 말이지. “야야―.” 부르거든 턱 부르이께네로 그래 인자 노비가 밖에서, “예.” 하민서 떡 나오거든. 그래, “야야 침구 내오너라.” 카거든. 그래 인자 침구를 내오는 기라. 침구를 내오는데 딱 침구를 딱 하나 밲에 안 내오는 기라. “아따 먼저 사돈네 집에 가니께로 어떠키 방이 찹던지. 오늘은 불 좀 마이 여었심니더. 사돈은 뜨신 거 좋아한다 카니께 요짝으로 누워계시고, 나는 요쪽으로 자이….” 아 이불자리를 떡 펴니, 마 똥구미가(엉덩이가) 뜨거워서 앉았다 섰다가, 앉았다 섰다가 자꾸 마 몸서리가 나는 기라. 사돈집에 성도 못 내고. 그래 인자 한참 앉았다가 배껕에 나갔다 들어왔다 카이, 사돈이 뭐라 그러는고 하이, “사돈 와 그래 들랑날랑 해쌌오? 허허 저녁에 얘기나 좀 하고 누워 자야지.” 그래 초저녁부터 뜨거바서 방 식도록 기다리는 기라. 한데 왠 걸 보니 여기는 자꾸마 죽자고 때는 기라. 대고 못 자게 만드는 기라. 그래 밤에 들랑날랑 거리 쌌타가 잠도 자지 못하고, 이튿날 아침이 됐다. 아침이 떡 되이께로 이침에 상을 떡 내 갖고 오는데 보이께네로 딱 굼비 세 바리하고, 굼비라. 그래 굼비 세 바리하고 밥 한 그릇하고 딱 갖다 놓는 기라. 아 이거 참 개 잡고 대접할 줄 있디마는, 그래 자기는 굼비 아이고 김치하고 여상을 차려오고. 그때 이조말 때라, 사돈하고 겸상 안 하거든. 자기 상으는 뭐 짐에다가, 뭐에다가 짜드로 놔갖고 마 만반유도하게 차려가 오고, 사돈 상은 굼비 두 바리 딱 갖다놓고 차려갖고는, 아고 이놈의 자식 저걸 묵고 접어도 사돈 상에 가도 못하고. 아 그래, “사돈 진지 마이 잡수이소.” 어제 저녁도 굶었제, 뜨거운데 욕은 봐 놨제, 빌어먹을 마이 묵을 밲에는 딱 밥그릇 들고 한 숟가락 딱 뜨이께 장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필요없는 기라.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꿀떡 넘어가거든. 그래 굼비 한 바리 집어 묵을라고 하니까, “사돈네. 그거. 주의해서 잡수이소.” 카거든. “한 입에 넣으면 싹 넘어가겠는데 그래 그기 무신 말씀인고?” “그거 한 바리 가지고 밥 열 두 그릇 묵고도 남을 깁니다.” 이카거든. 그래 그 놈을 입에 턱 넣으니까 히야- 그 놈 히안하게 굉장히 맛있는 기라. 그래 맛이 굉장히 있어서 그래 이 놈을 애끼면서 조금에 빨고. 내놓고 또 묵고, 또 묵고 자꾸마 밥만 먹고 한 바리만 입에 여었다 말고, 여었다 말고, 굼비는 그대로 남았다 말이야. 그래, “사돈, 입에 달린 거, 사돈 그거는 잡수이소. 사돈 그게 뭐신지 압니까?” 이카이께, “뭐긴 뭐라. 굼비지.” 놔도 놓고 집에 가마, 굼비를 쌔리 잡아놓고 우쨌기나 볶아갖고 반찬이 굼비가 최고라.(5)-‘...하리라’가 생략된 듯함.- 그래 굼비를 떡 먹고 나니까, 그래 인제 사돈집에 대접 받고 그래 굼비 한 바리 갖고, 밥 한 그릇 묵고 왔어 그래. 떡 집에 와서 그래 며느리한테, “야야, 너거 집에 형편 없더라. 너거 집에 가이께로 사돈 대접이 굼비 한 바리 갖고, 그 다 묵도 못하고 그놈 굼비만 쫄쫄 빠다가, 야야 밥만 묵고 왔는데, 야야 너거 집 참 그래 큰일났더라.” “아고 아버님 그런 기 아닙니다. 그 굼비가 삼대채 납니더. 그 굼비를 한 바리 잡자면 그 돼지가 백 바리라. 굼비 한 바리가 돼지 백 바리를 꽈서 그래가지고 고 물만 뺑뺑 널짜가지고 3대 걸리야 한 바리 납니더. 그러키 좋은 걸 대접히 드리도.” “아이고 내가 이전에 이러키 부자로 살더니 굼비 한 바리 몬 만들고 살았다. 인지 그 생각하믄 며느리 니한테 배울 걸.” 이카매 그래 잘 살더라, 그마.한국구비문학대계 8-6 본문 XML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