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상황
이날 밤에 이곳 경로당을 다시 방문해서 지정병 어른을 중심으로 밤마을군들을 청중으로 해서 이야기판을 열었는데, 계속적인 조사를 통해 관찰해도 대체로 별다른 구연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이야기판에 대한 청중의 관심도나 판흥 역시 전체적으로 보아 저조한 편이었다. 구연에 응할 만한 분은 지난 번이나 지금이나 거의 고정돼 있었고 이분들은 거의 매일 밤마을도 나오고 있어, 낮이든 밤이든, 축소된 판이든 확장된 판에서든 판의 외형적 여건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구비전승 조사를 할 수 있는 게 이곳 이야기판 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오늘도 구연의 주도권은 역시 지정병 어른이 잡아야 했고, 우선 이 이야기부터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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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지역: 충청남도/부여군/구룡면 분류코드: [구룡면 설화 7] 테이프번호: T. 구룡 2 앞 조사장소: 용당리 1구 고당 조사일: 1982. 2. 10. 조사자: 박계홍, 황인덕 제보자: 지정병(남, 66세) 양반의 횡포 꺾은 상놈 * 이날 밤에 이곳 경로당을 다시 방문해서 지정병 어른을 중심으로 밤마을군들을 청중으로 해서 이야기판을 열었는데, 계속적인 조사를 통해 관찰해도 대체로 별다른 구연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이야기판에 대한 청중의 관심도나 판흥 역시 전체적으로 보아 저조한 편이었다. 구연에 응할 만한 분은 지난 번이나 지금이나 거의 고정돼 있었고 이분들은 거의 매일 밤마을도 나오고 있어, 낮이든 밤이든, 축소된 판이든 확장된 판에서든 판의 외형적 여건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구비전승 조사를 할 수 있는 게 이곳 이야기판 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오늘도 구연의 주도권은 역시 지정병 어른이 잡아야 했고, 우선 이 이야기부터 꺼냈다. * 옛날, 양반 상뉨이 아래 위서 농사를 짓는디, 양반의 논은 윗 배미구 쌍눔은 밑이서 농사를 짓는디. 아 물은 윗 논배미 잔뜩 쳐실쿠서는 밑이루 물을 네려주야 농사를 져 먹지이? 그래 물 보구서두 모를 못심어어. 그런디 하루는 상뉨이 가마안히 생각항깨, 물 타다 좌우간 모를 심으야겄어어. 그래서 인자 양반 왔다 들어간 새 막 파자치구 물을 빼 각구서 모를 참 후딱 후딱 심었단 말여. 쌍눔이 가마안히 생각헝개 모는 심었는디 양반한티 혼날 생각항개 생각항개 차암 걱정이란 말여. 그래 자기 아덜하구 상이럴 했어. “야아. 양반이 인제 곧 날 죽일라구 쫓아올 게다. 그러닝개 헐 수 웂어 그렁깨 너는 공석 피구서 생인(喪人) 노릇 해라. 나는 방이 가서 홑이불 쓰구 눴을 텡개.” 그래 인자 참 그렇게 작정허구서 참 그렇게 허는디. 아 양반이 와서 논이 와서 보닝개 물을 쏙 빼다 모럴 심억거든? 그 괘씸허지? 그래 인제 쫓아갔어. 그 집이를. 아 공석 피구서 [웃으며] 아 그 쌍눔에 아들이 생인 노릇을 허네? “그눔 죽을라구 환장했덩개비구만. 원판(아닌게아니라) 죽을라구 환장했응깨 이눔 논 넘 논 물 빼다가서 모심었지 그렇잖으먼 그럴 리가 웂어.” 그러구서 쌍눔에 아들더러 언제 죽었냐구 항개, “엊저녁이 갑자기 그냥 병나서 돌아가셨어요.” “그눔 환장해서 죽은 눔 헐 수 있니?” 그러구서 인자 집이루 왔지. 그래 쌍눔은 인제 부시시 일어났지. “양반 가셨니?” “예. 가셨이요.” “그럼 인제 됐다.” 그러구서 인제 한 이틀 지내서 논이럴 또 갔어. 아 양반이 마침 나왔덩가 서루 만났단 말여? “얼래?! 너 죽었다더니 어째 살어서 돌아댕기니?” “예. 저 저승이 갔다 왔이요오.” “야아 그럼, 그 저승이 갔다 온 얘기나 좀 해봐라.” “그런디 저승허구 이 세상허구는 달떼요오(다르데요)?” “뭐이가 딸떼에?” “그 마님이 우리 아버지하구 한 무렵이 돌아가시지 않앴이요?” “그랬지.” “아 저승이는 그 마님허구 지 애비허구 하냥 사는디 여어간 금 [웃으며] 금슬이 안좋데요오?” 그 눈이 빠아끔허구 있지. “그래 따지먼 양반허구 저하구 의형제간입디다아?” 그러구 있네? 아 그래서, “넌 마! 시끄럽다.” 그러구서는 그저 집이루 와 뻐렸어. 양반은. 그 뒤루부텀은 뭐어 논이두 나올 거 욱구. 그눔 만나까미러(만날까봐) 시시―시 그저(쉬쉬 하면서) 자아꾸 그눔만 그재 어디서 버썩허먼(번쩍 나타나면) 피해 댕기네. 그래 각구서 그 뒤에부텀은 농사를 맘대루 졌다구 그러드만. [일동: 웃음]한국구비문학대계 4-5 본문 XML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