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자료
구연상황
“호랑이같은 짐승을 구해 주었더니 은혜를 갚더라는 이야기를 아시느냐?”고 물으니, “잘 알고 있지요.” 하면서 자신있다는 듯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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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지역: 경상남도/하동군/금남면 분류코드: [금남면 설화 4] 테이프번호: T. 금남 1 앞 조사장소: 송문리 미법 조사일: 1984.5.5. 조사자: 김승찬, 강덕희 제보자: 김재천(남, 49세) 호랑이의 보은 *“호랑이같은 짐승을 구해 주었더니 은혜를 갚더라는 이야기를 아시느냐?”고 물으니, “잘 알고 있지요.” 하면서 자신있다는 듯이 시작했다.* 옛날에는 인제 차가 없기 때문에, 소금을 지고 대이번서(다니면서) 팔았는 갑데요. 그래 소금짐을 지믄 뭐 쟁인이 지나가도 [머뭇거리며] 저, 저, 인사를 안 한다는 그런 말이 있어요. 소금짐 거 지믄 무겁는 갑데요. 소금을 지고, 옛날에 소금을 팔아가 먹고 사는 사람이 있어서 인자 소금짐을 짊어지고, 이 우리 뒷산이 연대봉(1)-연대봉(蓮臺峯, 320m)은 이 마을의 뒷산 이름.- 입니다. 연대봉겉은 디 인자, 재로 넘어야 저 또 마을이 있기 때민에, 그리 넘어가는디, 고마 호랭이가 한 마리가 확 앞에서 나타나서 입을 탁 벌리고 앞을 서더랍니다. 그래서 그만, 엇다! 이거 소금 장사 이놈이 놀래가지고, “니가 날로 자아 묵을래?” 한께네, 안 잡아 묵는다고 쩔쩔 흔들더라 캐요, 고개로. 안 자아 묵는다 그 말이지요. 그럼 인제 그래, 소금짐을 받차놓고, “그럼, 니가 목구녕에 뭐이 걸맀나?” 그런께네, 입을 탁 벌리는데 본께네, 목구멍에 반짝반짝한 금비녀가 하나 있더라 캐요. 그래서 인자 팔로 탁 거지고 인자, 비녜 그놈을 쑥 빼주니까 고만, 오랭이가 고만, 소금 장사를 보고 ‘형님이라’쿠더라는 말로 허더랍니다. “그래, 형님! 소금짐 그 집어내삐고, 고마 나 등어리에 올라 타시요.” 허더라 그래. 그래 등어리에 올라 타라 캐서 이놈이 안 타도 죽일끼고 안 탄다 쿠믄 잡아 묵을낀가 모리고, 고만 죽으믄 죽고, 살믄 살고 고마 탔더랍니다, 호랭이 등어리에. 호랭이 등어리에 탔는디 그만, 아! 싸래 비싸래 새로(2)-싸리 숲 사이로. 비싸래는 대싸리.- 달리는디, 그만 저 열차 타고 달리는 거보담 더 시기 달리더라 캐. 그래 그마 한참 달맀는디, 고마 어디로 달맀는고 요랑도 몬 허는 기라요. 그래 그만 한 벌판이 [감정을 넣어] 탁 나타나는데, 물도 좋고, 수분(水分)이, 냇물이 흐르는디 벌판이 참 좋더랍니다. 그래, “여기 인가도 없지마는도 여 물이 좋기 때문에, 고만 형님허고 나하고 고만 여서 논을 좀 작답을 해가지고 삽시다.” 그러더라 캐. 그래 그마, 할 수 없이 그마, “그러믄 여 꽹이나, 뭐 요새겉으므 꽹이나 인자 뭐, 소시랑겉은 도구가 있어야 논을 지든지 뭐 하낀디 어떻게 하끼냐?” 이런께네, 호랭이가 허는 말이, “지는 앞발로갖고 땅을 파고 뒷발로가 짠대이를 추리낀까데(3)-잔디를 추리어 뽑아낼 것이니까.- 형님은 논두렁만 하이소.” 허더라 캐. 그래서 인자 대차 논두렁을 뒤에 못 따라가겠더랍니다. 호랭이 그놈이 뭐 발톱이 어시거든요(억세거든요). 앞발로가 때짱을 일받고(4)-떼를 떼고.- 뒷발로가 탁탁 추리는디 그만, 한 이틀인께, 여남은 마지가 논을 쳤삐더라 캐요, 그마 평수로 말하믄 한 이천 펑. 그래 쳐가지고, 그래 막을 쳐가지고 잘 사는디, 한 이년 사는디, 인자 묵고 살기는 걱정 없어요. 걱정 없는디, “형님, 인자 장개 안 가고 잡읍니까?” 묻더라 캐요, 호랑이가 허는 말이. “그래, 장개는 가고 싶지마는도 여 인가가 있어야 장가를 가지?” 그러더라 캐. “그래믄, 좋은 수가 있다고. 오늘 저녁에 가서 좋은 새딕이를 하나 물고 올 낀께네, 저 정지에 갈비로 한 정지 해재어놨는디, 그 갈비 속에다가 인자 날로 딱 등어리가 뵈일 만허믄 딱 [머뭇거리며] 또, 저, 저, 파묻고, 파묻고 그러믄, 한 일주일만 경과하믄 한 방에서 그석해도 저 안 자무씨고(5)-한 방에서 같이 거처하여도, 호랑이 자신을 보고 놀라 까무러치지 않고, ‘자무씨다’ ‘자물씨다’는 까무러치다는 뜻.- 살 수 있인께네, 그러믄, 나 새딕이를 하나 물고 올 낀께 네, 우선 미음이나 탁 쒀 놓으라.” 그랬어요. 그래 인자, 그래 하리 저녁 저녁을 묵고 나더마는, 새딕이를 참 물고 왔는디, 참말로 마 미쓰 코리아로 하나 물고 왔어요. 그러믄 그때겉으믄 정승, 저 정승 딸로 물어 와. 뭐 이 정승이라 할까, 박 정승이라 할까, 정승의 딸로 탁 하나 물고 왔는데, 참 미인이더라 캐. 대차 물고 올짝에 그마 자물씨 거는 사실 아입니까? 딱 자물씨었어요. 그래 미음을 싹 믹이가지고 깨어나서 보니께, 옆에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께, 호랭이는 완전히 물려온 거는 아는디, 오쩌키 됐는고 몰랐는데, 와서 보니까 옆에 사람이 있인께, 뭐 이 사람이 날로 살룬기다. 동거 생활을 안 하자니 안 할 수 없는기고, 고마 한 방에서 고마 내우간이 돼가 살기 됐어요. 살다보니, 뒷날 아침에 자고, 그날 밤을 자고 뒷날 아침에 딱 밥을 지을라고 인자, 밥을 할 수 엄시 지어야, 또 지도, 자기도 묵고살 끼고 그래서, 밥 지어로 나가서, 그 낙엽을 인자 마이 해서 인제 정지에다 그거 재어 놓았는데, 그놈 파 땔라믄서 살 거머땐께, 호랭이 등어리가 삭 뵈이거든요. 그래서 또 질식을 했는기라. 호랭이 등어리 보아노인께. 그래가 한 몣 번 등어릴 보고 이래가지고 인자, 그래니께 고마 인자 자물씨도 안 하고 인자 한 방아서 고만, 호랭이가 인자 형수라 쿠고 고마 아지매라 쿠고 그럴 정도 돼가주고 인자 사는기라요, 뭐 농사짓고. 그래가지고 한 일년 경과해 살다가 인자 거 호랭이가 하는 말이, “형수, 친정 안 가고 잡소?” 이러거든. “친정을 가고 잡제마는 질로 알어야 가지요?” 이러거든. “그러믄 좋은 수가 있다.” 그래. 그래 하루 저녁은 또 저녁 밥을 묵고 나가디마는 당나귀를 한 마리 물고 왔어요. 당나귀를 한 마리 물고 와가지고, 껍디기로 활딱 벳기가지고 알맹이는 제가 주우무비리고(잡아 먹어버리고), 껍디기 그놈을 인자 꽉 둘러씨고 인자, 저 소금 장사하고, 즉 말하자믄 형수하고, 인자 말하자믄 또 당나귀 등어리에 올라타라 쿠는 기라. 그래 인자 호랭이가 인자 말하자믄 당나구 가죽을 둘러씨니께, 당나귀가 돼삤지요. 그래가지고 인자, 서울, 장안으로 인자, 저 정승 집으로 찾아가는 기라, 자기 친정으로. 그래가 한참 달리다가 하는 말이, 뒤에 호랭이, 당나귀 그놈이 딱 돌아보면서, “여기가 형수집 아이요?” 헌께네, “기요(그래요).” 허거던요. 그래가 탁 내리자마자 고만 집안에서 고만 저거 어머니 아바지가 뛰나오믄서, “아이고! 호시개(虎食해) 갔던 딸이 살아 나온다.” 고 고만 첫 말이 그만, “아이구! 내 사우야!” 그마 인사도 안 땡긴 사람을갖다, “내 사위야!” 이러더랍니다. 그래가 사우로 맞아 들여가지고, 고마 반갑게 맞아 들여서, 호시개 갔던 딸 살랐다고 고마 그래가지고 마 딴 데 갈 필요엄시, 걱정엄시 마, 살림 한 살림 해조서 사는기라요. 사는디, 요새매이로 참 애인이 있었던 모얭이지요. 고마 김 정승집이서, ‘저 이 정승 딸은 나하고 결혼을 하끼다’ 하는 거, 야심 가진 정승의 아들이 있었던 모얭이라. 이놈이 하는 말이 뭐라 하냐 하며는, 요새겉으믄 돈을 한 천만 원을 딱 걸어 놓고 말 경주로 딱 해가지고, “소금 장사 네가 지므 네 마느래로 나한테 뺏기고, 네가 이기믄 나가 돈을 천만 원을 준다.” 근디 세럭을 말할 겉으믄 그놈이 좀 세던 모얭이라요. 그래가지고, 소금 장사 이기 시긴대로 안 하므 안 되게 되어가 있었더이, 세럭도. 그 정승의 딸 집이도 그 김 정승이라쿠는 그 아들 있는 그 집이 세럭이 좀 세었던 모얭이데요. 그래가 하자 쿠는 대로 하게 됐어요. 그래가 ‘말경주를, 그 이 정승의 사위하고 김 정승 하들하고 말경주를 한다’ 그러니 빼성들이 마 관람객이 마이 모있더랍니다. 마 수천 명이 모있어. 그래 말 경주로 한다 이런께, 그놈은 참, 김 정승 집이 아들은 참 천리마라 쿠는 말로, 좋은 말로, 백말로 타고 나왔는디, 참 이 정승의 그 사위는, 소금 장사 하던 사람은 그 당나구 가죽이 있어 갈수록 말라 지니께(6)-오래될수록 더 말라버리니.- 더 보기가 흉하더랍니다. 당나구 이놈 눈꼽쟁이가 지질질 찌리가 있는 이런 거(7)-외양으로 보아 형편없는 당나귀.- 한 마리 몰고 나왔거든. 이런께, “아이가! 보나마나 뭐 저 이 정승 사우는 졌다.” 고 판명을 그러더랍니다. 그래가지고 여기서 겉으믄 남해대교로 한번 팍 둘러, 오기로 인자, 호루라기로 불고 그래가지고, 칵 가는데, 이 당나귀 이놈은 출발해도 가지도 않고 마 비쭉비쭉 자빠질라 커는겉이 하더랍니다. 그래가 저놈은 인자, 저 김 정승은 인자 사위는, 인자, [수정하며] 아, 김 정승 아들은 저기 가서 인자 한 바꾸 대교를 둘러 올 정도 되도록까지, 이놈은 인자 제자리서 머물머물허거든. 비틀비틀 자빠질라고 이러고 있으니께, 졌다고 뭐. 판명을 했는디, 고마 ‘호랭이 벽락 소리라’고 말이 안 있읍니까? 벽락소리로 한번 내어놓으면서 고만 [감정을 넣어] ‘이야!’ 하고 벽락소리 내어놓으니께, 저놈이. 돌아오던 놈이 마 생똥을 피럭피럭 싸고 마 뒤로 뭉구적 뭉구적 하더랍니다. 그래가지고 탁 돌아와가지고 그래 마 돈 천만 원 땄어요. 돈 천만 원을 따가지고 집이 들어 왔는디, 이 넘이 인자 가마 생각해본께, 앵퉁꺼든(원통하거든). 그래 인자 집이 가서 곰곰 생각해본께네 이 다음에는 뭘 허자 쿠냐며는 바둑을 두자 쿠는기라. 이 소금 장사 이 사람은 바둑 두는 꼬라지도 몬 봤는 기라요. 그러믄 인자 이 소금 장사가 또 그 호랭이한테 가가지고, 가서는 말이야, “동생, 이번에 말경주는 해가지고 동생이 어낙 빠르기 땜에 이깄지마는 바둑을 두자 쿠는디 나 바둑 두는 꼬라지도 못 봤는디 어떻게 해야 되겠는고?” 그러거든. “그러믄 좋은 수가 있다.” 하더랍니다. 그래 하는 말이, “…나가 파리가 되어가 가갖고 그 사람 눈에는 안 보이구로 하고 저 형님 눈에만 딱 뵈이구로 해가지고, 파리가 되어가 앉을 낀께네 파리 앉는데만 두시요.” 딱 그래 약속을 해. 그래 대처 인자, “…그러나 형님이 먼저 두지는 마라.” 쿠거든. 그래, “…서로 인자 형씨 먼저 두시요, 또 제가 먼저 두시요 하다가, 그 김 정승 아들이 먼저 딱 두걸라컨 가마이 있이며는 파리가 딱 나타날 티니께 파리 앉는 디만 두시오.” 이래거든. 그래 대차, “그랠끼라.” 고 인자 약속대로 하고, 뒷날 아침에 바둑을 둤는데, 바둑 두는 꼴도 못 봤는데, 대차 서로 미루다가 인자 그 김 정승 아들이 딱 바둑을 두는데, 자기는 인자 파리 앉두룩만, 파리만 인제 나타나도록 기다리는데, 대차 파리가, 난데없는 파리가 한 마리 나타나더랍니다. 그래 파리 인제 딱 앉는 디만 딱 둔께네, 또 저 사람이 고개로 좌우뚱 좌우뚱하이 만딩거리더마는, (8)-갸우뚱 갸우뚱하며 망설이더니.- 똑, 딱 두는디, 세번 딱 파리 앉는 디만 딱 두니께, 고마 딱, “선생님! 졌읍니다.” 하더라는기라. 그래 돈 또 천만 원 따갖고 딱 오니께, 그때는 당나구 가적(가죽)을 헐떡 벗으면서, “나는 형님 은혜 인자 다 갚았입니다. 나는 날 나갈 데로 갈랍니다.” 함시는 당나그 가죽을 헐떡 벗어삐고 고만 금강산으로 달아나더랍니다. 그래 그 ‘짐승을 구조를 허믄 은혜를 헌다’고 그 옛말이 있듯이, 그래 그 비녜 그놈을 빼좄더니마는, [머뭇거리며] 그 소금 그, 저, 그 호랭이가 그만침 그리 은혜를 해가지고, 그 소금짐 안 져도 묵고 살게끔, 한 돈 기천만 원을 딱 벌이주고, 그리 범이 그리 가더랍니다.한국구비문학대계 8-14 본문 XML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