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상황
염주호씨가 과거 보러 가는 이야기를 하고 나니, 심운택씨가 과거보러 가는 사람의 종인 예뜨기 이야기를 기억해 되살려서 연달아 들려 주었다.
채록내용
조사지역: 강원도/횡성군/청일면 분류코드: [청일면 설화 14] 테이프번호: T. 청일 1 뒤 조사장소: 춘당 일리 조사일: 1983. 7. 20. 조사자: 김대숙, 고혜경 제보자: 심운택(남, 60세) 꾀쟁이 하인의 사기행각 *염주호씨가 과거 보러 가는 이야기를 하고 나니, 심운택씨가 과거보러 가는 사람의 종인 예뜨기 이야기를 기억해 되살려서 연달아 들려 주었다.* 옛날에 과거를 보러 갔는데, 그 옛날에 인제 당나굴 타고 과겔 보러 갔거든. 당나굴 타고 보러 갔는데. 거 말 정애꾼(1)-말채찍을 들고 말을 끌고 가는 하인- 이 인제 종눔인데. 이름이 애뜨기란 말여. [염주호: 애뜨기.] 응. 이름이 애뜨긴데. 그 과게보러 가는 사람 딸이 아주 참 천하일색인데. 참 딸을 꼭 자기 마누라를 삼아야 꼭 되겠는데, [염주호: 응.] 아이그 종놈이라구 주나. 이거 어찌 맘을 먹어두 이게 안돼. 그런데 인제 과거를 보러 가는데, 거 애뜨기를 인제 말 정맬 들려가주구 간단 말이야. 그래 인제 가선 서울에 떡 와. “야 이 서울이란 곳엔 코 읍스면, 참 눈 읍스면 코 베 먹는 세상이다. 똑똑이 댕기야 된다.” 그래군 떡 가선, 가 점심을 씨기오라 그래더래. 그 애뜨기 보구. 점심을 씨겨오라 그라는데 애뜨기 먹을 건 안 주구오구 자게 먹을 건말 가져오라 그라드래. ‘나를 굶게 죽일려는 기라’ 점심 그릇에 가주 오다가 손가락을 휘휘 젓거던. 거 이렇게 뻔히 보니까 손가락을 젓거던. “야 애뜩아, 왜 젓가락을 젓니.” “아 들구오다 코가 빠져서, [웃음] 그랬드니.” “그 내뻐려라.” “내뻐림 제나 먹지요.” 제가 먹었단 말이지. 아 점심 굶었지. 아 인젠 약이 바짝 올랐단 말여. 요눔새끼 때매 점심도 굶었지. 그래 또 저녁을 가 씨기라 그라드래. 저녁을 씨기는데. 또 한그릇만 씨기라 그라드래. 애뜨긴 굶길라구. 그랴서 밥 채리는데 들어 가가지군 그 주인 마누래 보군 그랬거든. “우리 선상님은 숟갈을 달거놔야 됩니다.” 그래서 밥을 채리니까 이눔 숟갈을 화로에다 푹 파묻었다가 척 올려놨거든. 그래 애뜨기 갖다가 선생님 앞에다 놓테니깐. 숟갈을 들래. 뜨겁거덩. “에이 뜨겨.” 그랬거덩. “애뜨기면 지나 잡숫지, 지나 먹죠.” 애뜨기란 말여 그 종, 말 끌구 완 눔이. [일동: 웃음] “애뜨기란 제나 먹죠.” 먹었단 말이지. 하 이거 그래니 뭐야 점, 점심, 점심 굶었지 저녁 굶었지, 제 혼자 먹을래다 그만 다 뺏겼단 말이지. “에이 인젠 내가 가 사 먹어야 되겠다. 이새끼야 말 부뜰구 가만 있으라.” 구. 저녁, 아침 사 먹으라 간새. 이 이게 부뜬, 그때 말을 팔아먹었단 말야. 말을 팔아 먹군. 신작로 바닥에 이라구 엎드맀지 [두손으로 말고삐를 쥐고 고개를 처박고 엎드린 시늉을 해 보인다.] 아치, 조반을 사 먹구 와 보니, 그눔의 새끼 신작로 바닥에 엎드리구, 말이 없거덩. “얘 애뜩아 너 말 으쨌니?” “말이 얼루 갔나? 서울이 뭐 눈 읍심 코 베먹는다 그래서 코 비키, 코베 먹을까봐 코 훔키지구 일 엎읍니다. 아 그동안 뭐 말을 훔쳐 가주 갔네요.” 아 이거 뭐 뭐, 과거두 못 보러가구 집에 갈 일이 난리거덩. “이눔의 새끼 너 집이 내려가서, 그 말 딴 사람에 끌려 보내라.” “그 뭐 가다 잊어부릴 테니깐. 제 등어리에다 좀 뭐라구 써 주세요.” 그 등어리 훌딱 벗겨 데니깐. “그저 이눔의 새끼, 내러가거등 아주 당장 죽이라구. 죽여버리라구 말이지.” “이렇기 등어리다 떡 써 부쳤단 말야.” 그래 인제 내려오지. 내려오다. 이 등어리다 뭐라구 써 부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염주호: 으응, 어깨 넘어 넴기다 볼 수 없구.] 응, 그래 내려오다가 한눔의 집으서 방아 찧는 소리가 나드래. 들어가 보니깐 숭년이라 아니 학상들은 모를끼여 옛날엔 떡보리라 했어. 보리를 볶, 떨어가지고 볶아가지구 그걸 방아에다 찧는단 말야. 그 마르지 않, 여물지 않으니깐 솥에다 볶아가지구 찧는데, 그거 그냥두 먹어요 구수해서. [염주호: 응 떡보리 그럼.] 근데 애기를 업구 찧더라 부인네가. “애기 줌 제가 좀 봐줄테니깐 좀 놔달라구.” “아 그럼 좀 봐달라구.” 애길 내려 놓군. 아 이눔이 애길 끌 안구가서 방아질을 할라구 떡 그라네. 아 그럴 동안에 그만 이눔이 애기를 그 방아에다가 척 느은거야. 아 그르니 부인네가 야 방아를 놓으믄 애가 찍이겠구. [방바닥을 두들기며 찍이는 시늉을 한다.] 그랬으니, 애기를 척 놓군 아 이눔이 그만, 그눔을 아주 이렇게 한오큼, 하아름 움켜쥐군 내 뛰는거야. 그걸 이제 내려오믄 먹을랴구. 그래 가자 가서 한움 내려가서 이눔을 뚝뚝 먹데니깐 어떤 놈이 초롱을 하나 짊어지구 오거덩. “당신 거 뭐요.” “나 서울루 꿀 팔러가우.” “그 꿀이 뭐유, 으떠우.” “아 이 꿀이 참 이게 좋은거라구.” “그거 어디 맛 좀 봅시다.” 그 자투이를 조금 찍히거든. 아 참 맛있거덩. 게 이눔이 그 떡보리를 거 주먹 주먹해 들군 있다가, 이눔이 꿀통에 다가 니이미 그거 집어 넣단 말이야. 집어너끄내 가지군 아 내려오다, 먹으맨 내려오다 보니깐, 아 잿말랑(2)-고개 마루- 에서 앉아 먹데니깐 참 중이 바랑을 해 짊어지구 후이 후이 하구 올라오거덩. “아 이거 참 시장끼가 나 죽겠다구 말이야.” 이랜 산골에 뭐 음식집두 읎고 배가 고파죽겠는데 “그 당신 먹는게 뭐요?” “이게 꿀떡이요. 나 아무데루 서울갔다 온데 나 이렇게 꿀떡을 해가주댕규.” “하 그 줌 으더 먹을 수 읍느냐.” 구. “하 줄순 있지만 내 소망을 한가지 줌 풀어 주슈.” [염주호: 아.] “아 당신 소망이 뭐요.” 그래 훌딱 벗군, “이 등어리다 뭐라구 썼나 좀 봐 쥬슈.” “내려 가거덩 당장 때려 죽이라구 썼수.” “그래유.” “감 이걸 말짱 뭉기구 내려가거덩 당장 사우를 삼아서 나 내려가기 전에 잔치를 지내라 하시요.” [일동: 웃음] 아 이 중이 그 꿀떡 읃어 먹기 위해서 참, 등어리에다 내리가거든. ‘당장 그 딸하구 잔치를 해서 사우를 삼아라.’ [염주호: 내리오기 전에 잔치를 하라.] 그렇게 썻거덩 자기 내려오기 전에. 그래 이 집이 내려왔지. 내려와 떡 가니깐 그 뭐야 오라버이 자리가 있거덩. 색씨 오라비 자리. “야, 너 이눔의 새끼 으짜구 우리 아버진 안 데리구 왔느냐.”구. “아, 상가 과거 일자가 아즉 멀어서 안왔다구 [염주호: 그짓말….] 그 등어리를 줌 보라구. 아 그 뭐라구.” “아 내려가거덩 당장 잔치를 해라구 했다구.” “거 보라구. 내려가서 난 과거보구 내려올테니깐 그 동안에 잔칠하라구 그러더라구. 내 손으로 썼겠느냐 이르키 이 선상님이 이르키 써 줬는데 얼렁 잔칠 해라구.” 아 뭐 으트게, 잔칠했단 말이야. 잔치를 떡 했는데 이눔의 식구를 다 장모랑 뭐 처남의 댁이랑 다 죽여버려야 살겠거덩. [염주호: 으응.] “야, 오늘 아주 이 뭐야 강가루 해수욕을 가자구. 미역감으러 가자.” 구. 전부 이제 갔지. 가서, “여기에 용왕이 있는데, 내가 용왕을 가 댕기는 사람인데, 뭘 모두 씨구 들어가냐 하믄, 솥을 하나씩 가주 가자구. 이 솥을 이구 들어가자.” 구. 아 전부 그저 이눔의 솥을 디씨가지구 그 강물에다 들어가니, 전부 물에 다 가 다 빠져 죽었지. [염주호: 가라 앉아서, 솥이 무거우니까.] 그럼 아자게(3)-자기- 마누라두 씨구 들어 가니깐, “다 뒈졌는데 넌 뭘하러 드르가. 용왕이 다 뭔 용왕이야 다 빠져 죽었. 어.”[청중: 웃음] 마누라만 데리구 네기 재산 돈 있는거 후닥서 후비가지구 뭐 잘 있으라 내뺏지. 아 그담엔 뭐 과게 할라구 암만 말 끌구 올라 올때 바라 뭐이 끌구 올라와. 기어이 그냥 서울서 내려와 보니깐 빈집만 남아거덩, 식구들 다 없거덩. [일동: 웃음] 그냥 게 양심을 바루 씸 되는거여. 아 점심두 같이 씨겨서 그눔두 한 그릇 주구 저두 한 그릇 먹었음 안그럴긴데. 점심두 고 저 먹을 건만 씨기니 그눔이 뺏어 먹을라 그러지. 아 지냑두 그랬지. 그러니 옛날에 그 과게보러 갔다 옴 첫째루 마음을 바루 써야된단 말이지.한국구비문학대계 2-6 본문 XML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