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상황
계속해서 이야기 할 것을 권하자, 제보자는 좀 싫증이 난 듯 시조를 하자고 제의했다. 시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야기를 계속하라고 했더니, 잠시 생각하고서는 ‘옛날에’ 하면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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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지역: 전라북도/정읍군/태인면 분류코드: [태인면 설화 6] 테이프번호: T. 태인 2 앞 조사장소: 태인 노인회관 조사일: 1985. 4. 15. 조사자: 박순호, 김윤석, 김선례 제보자: 서보익(남, 76세) 돈 닷 냥으로 산모 구하고 병조판서가 된 사람 *계속해서 이야기 할 것을 권하자, 제보자는 좀 싫증이 난 듯 시조를 하자고 제의했다. 시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야기를 계속하라고 했더니, 잠시 생각하고서는 ‘옛날에’ 하면서 시작했다.* 옛날에 한 사람이 늘 과게만 댕겨. 과게만 댕기는디, 아이 살림살이를 정승한테 다 그냥 바쳐 버맀어. 바쳐 버리고 인제 집안에 논 논끄정(논까지) 전부 다 팔아 버리고 집밲이 읎단 말여. 아 그래 하루는 대감보고, “대감님 나 집이 갈랍니다.” “그 갈란가?” “예, 갈랍니다.” “가먼 노비돈을 갖고 가얄 것 아닌가?” 그더니 돈 닷 냥을 줘. 옛날 돈 닷 냥을 준다 말여. 이놈 닷 냥을 가지고서 인자 가는디, 집으로 니리오는 판이여. 온디, 서울 남대문 밖이를 나와 갖고는 어디만큼 온께, 길은 여가 이렇게 있는디 밑 질 밑에가서 산간 집(1)-삼간(三間)집; 세 간밖에 안 되는 집.- 이 하나 있어. 오두막집이 하나 있어. 거그 지내는 찰나에 그 집이서 느닷없이 산고(産故)가 져. 애기가 그냥 사립문 밖에 나가서 ‘응에’ 울그등? 가만히 들어본게. “아이구 순산은 했다마는 아이구, 쌀 한 되도 읎어 밥도 못해고, 미역 한 오리도 읎고, 나무도 읎고, 이걸 어치게먼 쓰겄냐.” 고. 걱정하그등. 아이 이 사람이 가만히 생각해본게 참말로 진퇴낭난(진퇴양난, 進退兩難)이여. ‘아이, 에라! 내가 돈 닷 냥 안 쓴 폭 잡고. 및 수만 냥도 읎앴을란지라 자껏! 닷 냥 이거 읎어서 못헐 것이냐’ 그 문으크가 갖고는 서울말로, “이리 오니라.” 그랬어. 그런게 그 사람이, 사람이 나오는디, 건 한 사십대 된 사람이, 아니 삼십 한 오 세나 이런 사램이 나와. “거 누구 찾으시요?” “예. 내가 주인을 찾소.” “예, 어찌 찾으시요.” “댁에 시방 산고 졌지요?” “그랬다.”고. “댁에 산고가 졌는디, 산미가 읎담서요?” “아이구, 어찌 그리 알으시요. 과연 그렇습니다.” “내가 돈을 닷 냥 줄 것이니 쌀도 팔고, 나무도 사고, 멱(미역)도 사고 산모 구환을 허시요.” 아, 돈 닷 냥을 빼줘부딴 말여. 아 그런게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냐 말이지. “어디 사시며 거주 성명이나 압시다.” “나 거주 성명 알 것도 읎고, 그럴 것 읎다.” 고. 그러고 돌아서서 간게, 유심히 인자 봤어. 어디로 이러고 간다 말여. 이 사람은 인자 놀램서 닷 냥 그놈 노자돈 갖고 오다가서는 떼줘 버리고 오는디 한나절이 험뻑 지내 버맀어. 그이, 배가 고프지. 시장도 허고. 거 흰등이 하나 나와. 흰등이란 거는 가매, 가맨데, 상주가 타는데, 저 백포장으로 이렇게 가매를 쌌거든. 그게 흰등이라고 그려. 상주가 그걸 타고 나온 나온단 말여. 옆에쯤 나오다 쭉- 삐져 앞으로 가거든. ‘저것이 흰등 탄 상주니까 아무래도 저놈이 괜찮게 사는 놈이다. 즈 집이끄정 가 가먼 내가 느그 집이 가서 하룻저녁 밥 얻어 먹고 갈 것이고, 니가 가다 여관에 가 잔다치먼 여관에 가서 내가 밥을 좀 읃어 먹고 가야겄다.’ 그 따랐어. 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놈의 교군차가 빨리 가거든? 막 따랐어. 따라서 얼매쯤 가는디, 인제 해가 슬픗허니 요만쯤 된께 쥔을 정혀서 여관을 들어 가거든? 앞집이 요리집이 하나 있고, 거 여관집이 있그든. 거 상주가 거 인자 여관집으로 들어간다 말여. 따라 들어 갔어 같이. 들어가서는 상주는 아랫묵에다 자리를 잡고 있고, 이 선비는 웃목으다 자리를 잡고 이렇게 있고, 쪼끔 있으니께 저녁 석반이 들오는디, 왼닭 한 마리 오르고 문어, 전복, 꽂감, 대추, 대장상으로 올러 왔단 말여. 아, 상주놈이 받어 갖고는 잡아댕기고는 이렇게 이렇게 먹는디, 밥 좀 겉이 먹잔 말을 안혀. 같이 먹자고 허먼 먹겠는디, 아 점심도 굶은 놈이 얼매나 배가 고플 것인가? ‘어 니가 먹다가 좀 냉기 줄라고선 응 먹잔 말을 안허는구나.’ 그러고 바라 바라보고 있어. 그 이놈이 얼매쯤 먹더니만, “여봐라 이거 상 내가거라.” 하인놈이 내다가서 싹 먹어버려. 아, 이 사람 배가 고파 죽겄지. 밥을 보고 못 먹은께. ‘허 괴씸허 놈, 니가 이 사람아 시상 그럴 수 그럴 수가 있냐? 그 나 좀 그밥 반 그릇만 나 줘도 내가 살겄는디 그럴 수가 있냐.’ 그리고서 인제 웃목에 드러눠서 자는디 이놈은 그 가매에 쌜려갖고 되그든. 가매 타기가 되요. 시달려갖고, 이놈 먹게 먹었겄다, 인제 고달퍼서 자는디 그 앞집이 저 요리점을 본께 불이 환히 써졌거든. ‘에이, 저 집이 가서 내가 좀 요구(2)-요기(療飢); 조금 먹어서 배고픔을 면함.- 를 해야겠다.’ 돈은 서 푼 없는 사램이 어찌고 외상으로 먹을 수가 없은게 상주 벗어논 상옷 그놈을 줏어입었어. 고놈을 줏어 입고 [청중: 자고 있은게 잉?] 응, 저 포방, (3)-포망(布網); 상제가 쓰는 베 망건.- 포방 이거 씨고 그놈 줏어 둘러씨고, 건씨고, 방닙(방립, 方笠)씨고, 행견끄지 전부 일십 상주를 맨들어 지가. 상주는 자는디. 그서 입고는 그 발로 툭툭 차본게 이놈이 [코고는 소리를 내면서] 쿨쿨. [웃으면서] 식권증(4)-食困症; 음식을 먹은 뒤에 몸이 느른하고 정신이 피곤하며 자꾸 졸음이 오는 증세.- 이 나서 자거든? 되었다 싶어서 인자 문을 열고 인자 앞집이로 간다? 앞집이 가서 뽀이보고, “여봐라! 저 내가 저 뒷집이 사는, 뒷집이 자는 상준디, 내가 밤참을 좀 먹을라고 왔어. 근게 닭 한 마리허고 그 밥 좀 잘 좀 짓고, 저 요리 한상 채려 오니라.” “예.” 그때 흰등 타고 다니면 다 상주 돈 있는지 알거든 다. 그런게 그냥 영일(5)-영의(迎意); 즉 남의 뜻을 맞추어 줌의 뜻으로 한 말.- 하게 그냥 채리다가서는 히갖고 기양 주그든. 그래서 그 집 안주인이 유심히 본게 이상시런 사램이 상주가 와서 그 밥을 사먹고 있그든? 다 먹고 나서는, “여봐라, 내가 돈이 읎어. 허니까 이 요리값에다가 이 상옷을 내가 잽히고 갈란다.” [웃음] “아니, 낼 아침에 줘도 좋습니다. 뭘 그러시요.” 근게, 안주인이 있다, “아, 여보쇼 상주님, 낼 갖다 줘도 존디, 아 보증과…상주는 저 상옷올 잽힐라고 그러시요. 그냥 두고 그냥 가시시요.” “아니, 그런거 안된다고, 초면에 외상을 먹을 수가 있냐.” 고. [웃으면서] 벗어 가지고 그 마루캉으다 걸려놓고 여 와 버맀어. 근게 그 집이서 그런지 알고 ‘낼 인자 돈 주고는 찾아갈 것이다.’허고 잘 잤는디, 이놈이 인자 선비는 이놈은 잘 먹고 와서 쿨쿨 자. 한소금 잤어. 잤는디, 날이 샜단 말여. 저 녀석이 인제 상주놈이 일어났어. 일어나서 인자 물 떠달래서 물, [말을 바꾸어서] 낯씼고, 아 포망을 쓸라고 인자 이러고 쳐다본게 포망도 없지, 두건도 없지, 방닙도 없지, 상옷도 없지, 행전꺼정 일십(一襲)이 읎어. 아 이거 이상하다. 아 같이 왔던 선비님은 여그서 시방 자는디, 온 사람도 간 사람도 없으니 [손뼉을 치며] 이거 어찐 판이냐! 모르겄단 말여. 도둑놈들이 가져가도 해필 왜 상옷을 가져갈 것이냐? 이러고 인제 하고 있는 통에 아 그냥 시간이 지내서 인제 해가 푹 올라 와서 샛때쯤이나 됐네. 아 근게 요리집이서, “아, 그 상주님이 그 요리 잡수고 갔는디 가봐라.” 뽀이 보고, “거 저 뭣이냐, 요리를 잡솼으먼 아 요리값을 주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기도 다 찾아가고 그럴틴디 어찌 어찌 기별이 읎다.” 이놈이 와 갖고서, 상주가 화가 나서 시방 죽게 생겼는디 불쑥 와서 허는 말이, “아, 상주님 엊저녁에 잡순 그 요리값 달라곱디다.” 아 생지부지한 사람보고 요리값 달라고 허니 생지부지할 것 아녀? “야! 이자식아 내가 느그 집이 가서 언제 요리를 먹었냐?” “아 엇저녁으 와서 안 잡솼어요? 잡수고 상닙 저 뭐 방건 다 잽히고 잡수고 그맀지요.” “야, 이 자식아 언제 잽혀? 이놈 귀싸대기를 한 대 처버릴틴게….” 이놈이 걍 찍찍 울고 걍 갔어. 가갖고는, “[우는 소리로] 요리값 달라고 헌게 뚜드려 팼다.” 고. 막 이놈이 찍찍허고 운단 말여. “어 어찌게 생긴 상준디 그 그렇게 도도허다냐! 저 저, 동냥은 못 줄망정 넘의 박짝까장(바가지까지) 깰라고 넘의 아를 뚜드려 패. 새끼야? 해장(6)-원래는 ‘해정(解醒) 즉, 술속을 풀기 위하여 조반 전(朝飯前)에 술을 약간 마시는 것’을 의미하지만, 여기에서는 ‘조반 전(朝飯前)’ 혹은 ‘아침’을 뜻함.- 에?” 여자가 쫓아왔어. “여보쇼 상주님. 아 엊저녁에 와서 요리값 요리를 먹었이먼 분명히 요리값 줘얄거 아니요. 상닙할래 잽혀놓고 이거 한나잘이 되도 요리값 안가죠니 웨 웬 일이요. 그러고 심부름 보낸 자식을 넘의 자식을 막 뚜드려 패여?” 그런께, “내가 언제 느그 집이가 요리 먹었어?” 그 때는 양반인게 뭐 그그 그러그등. [조사자: 예 그러지요.] [청중: ‘너’라고 혀?]응. “먹었어?” 그린게, “안 먹었어?” “은제(언제) 먹어?” “안 먹었어?” “은제 먹어.” “안 먹었어? 쳐먹었지.” “저년 봐라!” “아, 저놈 봐라! 아 저리 주리 틀 놈 보소.” “저 주리 틀 년 좀 봐! 이 개같은 년아 내가 언제 요리 먹었냐?” 막 둘이 그냥 둘이 막 그러네. 인자 선비가 뿔떡 일어남서 이놈을 그냥 귀싸대를 그냥 장구뺌(7)-장구를 치듯이 이쪽 저쪽 뺨을 때리는 것을 말함.- 으로 [빠르게] 이 뺌 때리고 저 뺌 때리고, 정신없이 때려 버리고 제껴놓고 그냥 흰 넘벅적이를 딱 한 번 쳤어. “야 자식아 아 이놈아! 상주놈이 말여. 밤중에 가서 요리를 먹었으먼 요리값을 주고 상닙을 찾아 입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식아 아녀자하고 쌈하고 있어? 이 개같은 놈아. 칵 찰놈!” “[웃으면서] 아이고 선비님, 전부 다 내가 물어드리께요.” [웃음] 아이 기양 억지로 걍 물어주고 이 떠나 부맀어. 떠나 부맀는디, 아 요리점 부인이 가만히 생각혀본게 상주 그놈은 참말로 애먼 놈이여. 이 선비가 묵었어. 어디를 봤냐 허먼 콧대를 봤그든. 디리고 왔을 적으 콧대가 엊저녁 봤던 사람이여. 그 상주는 백제에미(백주, 曖昧)여. ‘저 선비가 무슨 수작을 힜구나.’ “그 선비님 지그 집이로 갑시다.” “뭣허러 가요?” “아 우리집이 가서 해장국을 낄여 놨으니 가서 해장이나….” “나 돈이 읎어요. 돈이 읎어라우.” “아이, 돈 내라 말게 갑시다.” 근게 디리고 가 갖고는 참 엊저녁 맹이로 요리를 잘 채리갖고는 인제 믹였어. 또 먹었어. 기운이 역사(力士)여. 그걸 먹고는, 인자, “선비님한테 물어볼 말이 있소. 그 대 대체 어치게 된 형편이요. 그 저 상주는 우리집이 와서 그 요리먹고 방닙 잽힐 위인이 못 되는디 어쩐 일이요.” 그런게 한바탕 웃었그든. 선비가 웃은게, “선비님이 뭔 수작 힜지라우?” “여보쇼 말도 마쇼. 내가 그러긴 그랬소. 아 내가 말여 과게를 몇십 년 서울로 댕김서 과게해서 과거도 못하고서 시방 내리오는 판여. 아, 여비는 떨어지고 헐 수 있읍디여. 그서 그놈이하고 같이 동행한다치먼 저녁밥이라도 얻어먹어 먹을 것 같은먼…, 아 이거 돌아도 안보고 지납디다. 그서 내가 수작을 부렸소.” 그러먼 그렇지. 그맀으먼 이 문제없다고 말여. 아 그냥 안방으로 들오라고네. 안방으로 들어가서 인제 들어간께 목욕하시라고 목욕물 디우고, 이끼 보사라 불네, 좋은 동냥갓에다가 인도 망건에 호박 풍잠(8)-琥珀風簪; 호박으로 된 품잠. 풍잠은 망건(網巾)의 당 앞쪽에 꾸미는 물건으로 갓 모자가 걸리어 바람에 뒤쪽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느라고 꾸미는것임.- 에 쥐꼬리 단출에 기가 맥히게 아주 도포에다가 턱 백때기신에다가 내놨다 말여. 이놈 입고, [청중: 쥔 앙반 노릇 허시고.] “인제 가실티먼 가시고 맘대로 허쇼. 당신이 본사 얘기를 했은께 나도 본정 얘기를 헐라우. 그 저묵에 내가 시집와서 불구자한테 와갖고 참 서방 맛이 어쩐지 몰르고 살다가 내 친정에서 천 냥 타고 시집이서 천 냥 타고 여그서 요리점을 챙겨서 투철한 남자 활발한 남자 하나를 얻어서 살을라고 선 여그서 요리점을 꾸며서 꾸몃는디 당신같은 남자는 첨 봤어. 나허고 살먼 어찌겠소.” 가만히 생각혀 본게 집에 갔던들 과게한다고 논, 논 전답 다 팔아 없애 버리고, [웃으면서] 가서 그 마누라한티 꾸지램이나 듣게 생기고 에린 것들은 밥 달라고 우글거리고, 이거 헐 수 없다 말여. 그래 못이긴디끼 대답을 했어. 그래 그날부텀 내우간이 돼서 인제 사네. 근게 그 근방 선비들을 모다 불러다가 좋은 좋은 방줘서 요리를 먹임서 인자 거그서 참 글도 짓고 인자 시조도 허고, 인자 기생 불러다가 어찔 때는 생일 때는 놀기도 하고 그러게 호화시럽게 놀아. 삼 년이 돼 버리네. 호화시럽게 지낸게 언간 삼 년이 지내 버렸는디, 가만히 생각혀본게 집안 식구는 굶어 죽었는가 살었는가 모르겄다 이거여. 그려서 한 번은, “아이 여보, 내가 집이 떠나온 지가 참 한 수삼 년이 됐는디, 내가 집에를 좀 가고 자프니 어찌겠소.” “내가 진즉에 가시라고 헐래도 죽게 사는가 싶다고 생각할까 싶어서 가시라고 못했소. 그럼 가실라먼 가시지요.” 근게 말 한 필하고, 하인 한나하고 쨈매서 아, 돈 닷 냥을 주그든? ‘이놈의 팔짜가 지미, 나는 돈 노수돈 닷 냥밲이 못탈 팔짜여. 이렇게 부자로 사는 년이 돈 닷 냥을 시상으 준다.’고 막 속으로 허고는, 타고는 그냥 갔어. 이틀만이 집이를 갔더니, 즈 집이로 가 본게 즈그 집이 그전에 초가집이었는디 가보니까 기와집이 덩그렇게 상하채가 있고 대문이 모두 훤허고 혔거든? 근게 바깥 마당으 가서 마루에서 턱혀서 그 안을 이렇게 디리다 본게, 그 대청으서 아 지그 마느래가 쫓아 나오드니만은, “아 어쩌서 이렇게 오시요?” “자네가 어쩌 여기 있는가?” “아이 이거 우리 집이라우. 아 서방님이 서울서 돈 벌어 보내서 이렇게 헐고 새로 지었소.” ‘아뿔까! 그 여자가 보내서 맨들었다.’ 그래서 인자 그 얘기를 토론을 다 얘기허고, 아 그날 저녁에 또 그 마누래허고 시상을 존 시상을 지내고는, “그러게 존 마느래를 읃었으니 말여. 그 사람 디리고 오먼 자네 강짜헐란가?” “강짜가 뭣이다우? 내가 아이구, 그렇게 존 사람한테 뭔 강짜 히라우? 디리고 오쇼 시방. 디리고 살고, [웃음] 그러게 존 사람이 어딧다우. 같이 살게 디리고 오시오.” 그서 가서 그런말 힜어. “이만 저만허고 이만 저만허다.” “그 형님이 그렇게 말씀허시먼 내가 그리 갈라우. 같이 가 살을라우.” 그서 거그서 전부 이동을 해갖고는 와 갖고, 집도 그와 같이 나란히 짓고 인제 참 재미지게 잘 살어. 사는디 서울서 태평과를 빈다고 소문이 났그등. 마누래보고 큰 마누래보고 그랬어. “태평과를 빈다니 내가 과게를 한번 하러 갈라네.” “아이구 여보쇼. 이것도 저 사람 때문에 이 살림복 빼고 사는디, 이거만 가지먼 우리가 평생에 족히 먹고 살튼디 뭘라고 또 과게 보러 갈기요. 먼야 또 가먼 봤소. 허니 가지 마시오.” 그러고 허네. 작은 집보고 가서 말했어. “아이구 가슈. 내가 뒤는 다 서방님 뒤는 다 댈 것인게, [청중: 과거만 혀고 오라고 허지.] 거가서 쥐대고 대장밥만 잡수쇼. 큰 여관방을 여관 잡아서.” “그럴 것이다.” 고. 근게 돈 한 부담 실고 인자 참 정마(征馬)들려서 인제 서울을 갔어. 가서 일등 여관에 가서 여관을 정하고는, 여 밥을 사먹고 저 대장탕을 먹고 지내는디, 그집 주인이 헌단 말이, “선비님들 내가 상 잘 보는 분을 모시고 올튼게 상을 한 번 보슈. 그사람이 상보먼, 과거 헐란지 영의정을 헐란지 고집(9)-고지: 논 한 마지기에 값을 정하여 모내기로부터 마지막 김매기까지의 일을해 주기로 하고 미리 받아 쓰는 삯이나 또는 그 일을 말함.- 살러 갈란지, 뭐 이걸 다 나타난게 내가 불러오께 상을 한 번 보시요.” “그 좌우간 참 불러나 오라고. 그 복채는 얼매씩 받느냐.” 고. “아마 한 오백 냥 받을 것이오.” 몽땅 부린단 말여. “아 그러자고, 디리고 오라.” 고. 가서 디리고 왔어. 디리고 왔는디, 다른 사람은 안 봐주고 그 사람만 쳐다보고, “선비님은 낼 오시에 병조판서 허겠소.” 그리그든? [조사자: 아이고.] 병조판서먼 시방 육군대장이여. “아이 내가 이렇게 혀서 주막에 있는 사람이 뭔 병조판서 허겄냐고, 이 자식아! 거짓말을 혀도 분수있게 혀라. 개같은 놈아!” 목침을 갖다 대그팍(머리) 처부맀어. 거짓말 헌다고. 아 터져 버맀네. 대그박이 터져 버맀어. 그 누구냐먼 부원군하고 친구여. 근게 터져 버맀어. 으싸고 있은게 주인네가, “아이고 이거 큰일 났다고 말여. 이거 부원군 친군디 이럴수가 있냐고 말여.” 그냥 된장을, 시방은 빙원이나 가고 약이나 바르지만은 된장을 띠다가 [웃으면서] 막 찌걱 붙이고 그냥 퇴머리를 찔끈허고 그냥 업고 그냥 업고 그냥 대궐로 들어가 부맀어. “큰일났소. 선비님 큰일났소. 이게 저 부원군 친군디, 이 사령 군노가 나오먼 인제 큰일났소.” 아, 그 한 번 때려 놓고 성질 난 질이 한번 때려놓고 난게, 아 이거 걱정 되그든? 쪼금씩 걱정돼. 쪼께 있은게 아니라까 날날이봉(10)-날라리 봉(棒): 국악의 관악기(管樂器)의 하나인 태평소(太平簫)의 속칭이날라리인데 여기에서는 대평소의 모양을 한 몽둥이를 말함.- 쥔 놈이 한 칠팔명 뀌잡어 오드만, “어떤 놈이여. 어떤 놈이.” 허더니만 탁 묶어서 뒤지게 저 끌고 가네. [웃으면서] 아, 이거 참말로 헐 수 없지 끌려갔지. 끌려가서 인자 부원군 앞에다가 턱 꿇렸어. 부원군이 이렇게 본께 ‘저 사램이 꿈에 봐도 한번 본 사람이지 안 본 사람은 아니다.’ 가만히 본게 지금서부텀 십 칠 년 전에 돈 닷 냥 준 사람이여. [청중: 애기 낳아가지고] 응. 그리서 그 사람겉다 말여. 틀림읎어. “저 죄인 머리를 들어 대상(臺上)을 보렸다!” 근게 얼굴이 떡 눈을 똥그런히 번쩍번쩍허니 그냥 눈이 샛별같이 쳐다본게 아 부원군이 놀랬어. 기여. 틀림없이…. 쫓아 내려가서 손목을 잡고 대상으로 올려 가지고, 아이구 인자 인사라고 헌게, 부원군 친구는 그놈 오먼 그냥 연장 주리를 틀어 어찌라고 했는디, 아 부원군이 손목을 잡고 어찌고 험서 그냥 그 과거지사 얘기를 하고 그러거든? 이 사람도 같이, “[웃으며] 아이구 나 머리가 낫었네. 괜찮허네.” 아 그 그 연유로 닦아서 하나에서 열까지 그냥 쭉 혀갖고는 나라에 상소를 힜어. 그 때 그 난, 돈 닷 냥 줘서 난 사람이 여잔디, 그것이 왕비가 됐단 말여. 사람이 그렇게 돼. [청중: 왕비가 됐은게 왕비가 됐은게 부원군이 되지.] 응, 부원군이 됐지. 그런게 그 연유를 닦아서 인자 나라에다 상소를 떡 올린게, “낼 오시에 입시하라.” 그랬거든, 임금이. 거 기탄헐 일이여? 오시에 떡 입시헌게, “얼굴을 들어 대상을 보렸다!” 근게, 떡 쳐다본게 아, 코가 주먹댕이만코, 눈이 막 그냥 샛별딩이 같고, 이런 사람이, “응, 어 저 선비는 기상이 대장 상이구만! 오늘부터 병조판서를 하렸다!” 아 병조판서로 오시에 해버맀어. 그놈 떨어지게 맞쳤어. 병조판서를 해 논께 얼매나 귄(귀한) 사람 됐는가? 이자 걍 기가 맥히지. 그래서 시골다 가서는 두 마누래들이 쌍가마타고 올라 오는디 그런 가관이 없드라네. 쌍나발 불고, 막 징 장구 부리고, 그려갖고 서울로 올라가서 함께 잘 살드라네.한국구비문학대계 5-6 본문 XML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