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제목
부부 신의(信義)
자료분류
설화
조사자
서대석
조사장소
충청남도 아산군 영인면
조사일시
1981.07.15
제보자
유중손
조사지역
충청남도

구연상황

김기석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유중손씨가 왔다. 잠시 잡담을 한 뒤 천자문장 이야기를 요청했으나 김기석씨가 없다고 하고 유중손씨가 한 이야기다.

채록내용

조사지역: 충청남도/아산군/영인면
    분류코드: [영인면 설화 13] 
    테이프번호: T. 영인 3 뒤~4 앞
    조사장소: 아산리
    조사일: 1981.7.15.
    조사자: 서대석
    제보자: 유중손(남, 69세)
    부부 신의(信義)
    * 김기석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유중손씨가 왔다. 잠시 잡담을 한 뒤 천자문장 이야기를 요청했으나 김기석씨가 없다고 하고 유중손씨가 한 이야기다. *

서울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하나 있는데 그 부자가 아들 하나밖에 못 났어. 그래 인제 글을 가르쳐야겠는데 이전에 학교가 있나 글을 가르치는데 한 십 리나 되는데 가서 글공부를 하고 오는데, [청취 불능] 아 이 놈이 열 칠 팔 세나 되니께 장가를 들일 수밖에. 장가를 들이는 거야. 장가를 들이는데 부모네가 인제 혼인식을 예약을 해서, 장가를 해서 장가를 떠억 들었는데, 그 날 저녁에 그 날 가서 장가를 들고 와서, 집에 와 가지고서 첫날 저녁에 신방을 차려야 하는데, 친구네들이 신랑 달아맨다고 신방도 안핸 놈을 그냥 전부 달고 나갔어. 달고 나가서 어떤 색씨집에, 색씨집이, 좋은 색씨집에 가서 밤새도록 푸구 먹었단 말이야. 그래서 잠 한숨두 못 자구 신부만 그냥 짓 고생을 한 거야. 아 그래 신방을 못 차려 줬지. 아이구 그질로 난봉이 나버렸네. 그질로 곧장 난봉이 나 버렸어. [조사자: 녜.] 그래 인제 집에도 안 들어오고선 막…, [조사자: 녜.] 객지에 그…. 기생방이나 술집 같은 데로 그런 데로만 늘 도는 거야. 그래 그 뭐 외아들이니께, 부자야 뭐 그 돈을 잘 쓰니께. 그래 술집 색씨는 이전이나 시방이나 뭐 돈 잘 쓰면 좀 잘 따러. 그러고 따라 붙으며 있는데 얼마 안 돌아댕깄는데, 그 새악씨는…. 즈 새악씨는 신방 못 차려준 거야. 그러자 돌아댕기며 했는데, 수없이 댕기며 하구서 어느 주막에서 떠억 자구선, 인제 자고 일어나서 해장을 해야 할 텐데…. 안 됐어. 그래 인제 자고 일어나서 눈뜨고 일어나서 해장을 하러 가는 도중에 소낙비가 사뭇 쏟아졌단 말이야. 소낙비가 사뭇 쏟아지니께 서울집에 뭐 들어가도 은신할 데가 있어. [청중: 그렇지.] 그래 어느 집에 일각문에 가서, 일각문은 그래두 쪼개 그 한데가 있으니께, 그 일각문에 들어가서 이렇게 섰는데 비가 뿌려 들어와서 당최 전딜 수가 있어야지. [태이프 교환, T. 아산리 4 앞] 
그런데 그 비를 함박 만났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남의 일각문에 가서 이렇게 의지를 하고 있는데, 비가 뿌려서 할 수가 없어 일각문을 위의 난간으로 기 올라갔단 말이야. 기 올라가니께 거기 비를 안 뿌려 높은께. 그랜 댐에 안을 이렇게 쓰윽 쳐다 보니께, 고래등같은 기와집인디 조그만 늙은이가 앉어서 신발을 삼고 앉었단 말이여. 짚신을…. ‘그래 이런 집이서 저런 노인이 짚신을 삼고 와 앉었으니 그 참 괴상하다.’ 하 이거 목은 말라 죽겠고…. 곰곰 내려 왔지. 내려 와서 영감님 있는데 배싹 가서 신발을 삼는데 가서 인사를 잘 하고, 
“노인이 신발을 삼으시며 앉었느냐?” 고.
“그렇다.” 고.
“그래, 할아버지! 가다가 목이 말라서 물좀 한 그릇 얻어 먹을 수 없읍니까?”
“왜 물같은 게야 못 먹겠느냐?”고.
“얘! 물 한 그릇 가져 오너라.”
그랬더니 부엌에서.
“예.”
하더니 처녀가 물을 한 그릇 떠들고 오는데 어떻게 이쁜지 몰라. 제가 날마다 오입을 하고 지랄을 하고 돌아다녔어도 고렇게 이쁜 여자를 못 봤어. 참 뭐 잡어 먹어두 비린내가 안 나. 그만큼 이쁜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그래 인제 물을 마시고서 그릇을 주니까 받아 가지고 들어간단 말이야. 그래서 인제 그 영감님 보고 묻지.
“시방 물을 떠 가지고 온 처녀가 누구십니까?”
“그건 내 딸이여.”
“아 그런 따님을 두고서 왜 앉아서 시방…. 그 좋은 징신(1)-옛날 상층사람들이 신던 좋은 신.-….”
그땐 징신이고 뭐이 이전엔 뭐 그런거 있어.
“그런 걸 사서 신으시지 그걸 구하시지 짚신을 삼고 앉어 계시느냐?”
고 말야.
“흐흠, 그게 아녀. 이게 내 집이 아녀.”
“그럼 무슨 말씀이냐?” 고.
“내 집이 아니고 나도 살기는 저 건너 아무데 동네 사는데, 살다가 내 딸이…, 인제 우리집네가, 내가 상처를 했어. 내가 상처를 하고서 딸을 데리고 있으니께 이집 주인이 부자여. 시방 이 집 주인댁이 부잔데, 과부여. 과분데, 아들두 없구 딸두 없구 아무 것두 없어서 내 딸을 수양딸을 삼았어. 수영딸을 삼어가지고서 나두 이 집에 와서 같이 있자 이래 같고 나두 이 집에 와서 있는디, 딸두 없는데 나 혼자 어떻게 지낼 수가 있어. 그래 나꺼정 와서 집이나 지키고 앉았으라고 해서, 심심은 하고 그래서 내가 신발을 삼고 앉았느니라.”고.
“아 그렀읍니까. 그래 따님을 저를 주시면, 영감님도 살리겠고 뭐 다 이렇게 살리겠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읍니까?”
그래 영감님께 물으니께, 
“나는 여기서 뭘 하든지 나는 상관없어. 그러니께 이 주인 과부, 이 주인댁을 불러 갖고 얘길 하면 통과가 되든지 그렇지 않음 통과 안된다. 내는, 내 자식일망정….”
아 그러니께, 
“그러냐.”
고. 그래 이 사설난(2)-난봉이난.- 자식이 돈푼이나 있은께 주인댁을 꾀었단 말야. 승낙을 해여. 승낙을 하는데 어떻게 승낙을 했느냐 하면, 
“내가 결혼을 해서 이 여자하고 장가를 들되, 이 집, 당신네 집 옆에다 집 하나를 지어가지고, 여기다 따로 나하고 따로 살 거여. 그러니 당신네 집 옆에다 따로 집 한 채를 지을 꺼여. 그래 놓고서 결혼을 한 직후에, 결혼을 하고서 거기 가서 살림을 하더래도 당신네 집에서 글루 가게, 글루 가게 이렇게 할 테이니께, 그렇게 할 테냐.” 고
“그러라.”
구. 아 있는 놈이니께 목수를 데려다 냅다 그냥 거기다가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냅다 그 옆퉁이에 딱 지어놓고 그러니, 워낙이 부자놈이니께 돈을 갖다 그냥, 뭉청 디려 갖구선에 그냥, 없는 게 없이 전부 살림까정 전부 다 해 줘. 전부 다 장만해 줘 들여 놓고, 그라고 결혼을 했어. 결혼을 하고서 그 날 저녁에 그 방에서 신방을 인자 차리는 거여. 지가 진 집이지 아버지 있는 집에도 안 가고 그 방에서 신방을 떡 차리는디, 방에 앉아서 새악씨가 쪽도리를 쓰고 떡 앉았는디, 문득 생각할 때 ‘아 내가 잘못이다 참.’ 먼저 예편네 집이 이 신방을 안해 줘 놓고서, 오늘 저녁 여기 와서 또 신방을 든다는 것이 참 내 이목이 대단히 끄린다 말이여. 야―, 새악씰 불렀어.
“내 사실 여차 이만 저만한 일이 있는디, 그 먼저 처녀 신방을 여태 안 해 줬다. 너하고 오늘 결혼을 하고 보니께 내가 그런 생각이 뉘우쳐서 그런 생각이 나기 때문에 하는 얘긴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너를 해주랴. 먼저 처녀를 가서 신방을 해 주랴.”
이 새악씨가 그러는 기여.
“잘 생각했읍니다. 먼저 처를 가서 신방을 해 줘야지요. 나는 내일이라도 좋고 모래라도 좋고, 당신이 하고 와서 또 해도 되고, 그러니 먼저 처를 가서 신방을 해 주시오.”
“그럼, 옳은 말이라.”.
고. 그래 저희 본댁한테 인제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는 인제 신방을 하러 들어가는 거야. 먼저 처녀한테. 가서 시아버지, 시어머니라고 인사를 하니께, 아 이 놈의 새끼가 객지로 돌기만하지 집으로 들어오레도 안 들어오든 놈의 새끼가 떡 들어오더니, 오늘 저녁에 신방을 한다고 한단 말이야. 아 그러니 이 부모네가 남의 딸 갖다 놓고서는 삼 년 동안 [조사자: 그냥 처녀로 있었겠군요.] 그냥 처녀로 있었는디, 그게 일구월심(日久月深)이 부모가 되가지고서 부모가 그렇게 맘을 먹고 있는데, 그 날 저녁에 신방을 들겠다니 어떠큼 아들이 이쁜지를 몰라.
“야! 참 고맙다. 신방을 해야지. 그래야 사람이다.”
가서 저의 처있는 방으로 떡 들어가더니 문을 열고 이렇게….
“아이구 서방님! 인제 오십니까?”
그러고 바느질을 하고 앉었어. 바느질을 하고 앉었는데 쳐다보니께, 방을 쳐다보니께 아랫목에도 이불 한 채 깔아놓고 웃목에도 이불 한 채 깔아놓고…. 에 이거 괴상하다말야, ‘내가 오늘 저녁에 올 줄을 어떻게 알고서 아래 위 이불을 깔아놨나? 요 이거 반드시 간부가 있구나.’ 그런 의심이 생겨, 들어간단 말이야. 그래 여편네보고 물었어.
“당신,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나 오늘 저녁에 들어 올 줄을 알고서 아래 위 이불을 깔아났으니 어찌 그렇게 용하오?”
“용한가 안 용한가, 나를 그렇게 의심이 나서 벌써 그렇게 하는 소린디 그렇게 의심이 나면 이불을 가서 떠들어 보시오.”
“왜?”
“가서 떠들어 보면 알꺼요.”
그래 가서 이불을 한 자락 떠들시고 보니께 피투성이야.
“아 피투성이야.”
그제서 얘기야. 색씨가.
“당신네 집으로 시집을 와서 오늘 저녁이나 들어오실테지 하고서 내가 이불을 깔아놨오. 안 옵디다. 그러께 한 서너날 지나니께 자연히 눈물이 납디다. 혼자 초저녁에 저녁을 먹고서 이불을 깔아놓고 식전에 혼자 두채를 개고 날마다 자는데 서너날 지나니께 눈물이 납디다 말야. 한 반년 지나가니께 눈물이 인제 피가 됩디다. 이게 자기가 만든 피여. 내가 그렇게 의심이 나우?”
“그맙군, 고마운 사람이여. 모든 것은 내 잘못이우. 하여간 신방합시다.”
그래 그러고서 비로소 신방을 한 번 했단 말이여. 서루 신방을 하고 나서, 
“내 당신보고 얘기지만 오늘 내가 장가를 들었어. 장가를 또 들었는데 그 새악씨가 시방 신방을 볼라고 하고 앉었는디, 거기 가서 또 신방을 해 줘야 올우. 또 당신하구 자야 해우.”
저 꼴 재겨 꼴 당할 줄 알구서 인저, 
“가셔요, 그렇다면 가셔요. 가서 신방을 해 줘요.”
“고마운 말이라고.”
이 사람이 처음에 갈 적에 그 전엔 그 여송연을 말아서, 팔뚝만하게 말아서 뻐끔뻐끔 말고서 말아먹고서 가다가 저의 집에 들어 갈 때 여 문지방에다 이렇게 세워두고서 들어간 것이 있어, 댐배를. 그래 인제 신방을 작은 집에 가서 신방을 해 줘야 한다고 큰 마누라가 그러니께, 좋아서 인제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그냥 달음박질 해 갔단 말이야. 그 날 저녁에 인제 밤이 짚어졌지. 그래 저 새악씨하고도 그랬거든.
“내가 신방, 큰 마누라 신방 갈 때 막상 더디 오거든 넌 여기 자거라.”
그러고 하고 간 말이 있기 때문에 그 날 저녁에 가 보니깐 곤히 자거든. 아 문 앞에 들어가 보니깐 왠 남자신 하나 여자신 하나 이렇게 두 켤레가 있어. [조사자: 웃음] 
그러니께 의심이 또 난단 말야. 의심이 나서 문을 덜컥 열어보니께 어쩐 남자가 와서 이 여자를 꼭 찌고 자요. 불을 켜 놓고 보니께 이거만한 단도를 하나 머리우에다 떡 세워 놨어. 단도를 빼서 인제 내가 들고선 투딜겨 깨울 수밖에. 둘이를 깨우니께 이것들이 부시시일어 나. 그래 남자보고 물을 것도 없고, 
“너, 이거 어쩐 일이냐?”
말야.
“아니, 어짠 일이라니.”
“아니, 그럼 내가 오늘 저녁 신방하고 온다고 늦게 온다고 얘기를 하고 얘기를 했는데 딴놈 하고 자니 말여, 이게 어쩐 일이냐?” 고.
“아니, 암만까정 지달려도 당신이 안 옵디다. 그래 내가 불을 끄고서 그만 어렴풋이 잠이 들 무렵에 어떤 남자가 들어옵디다 말여. 난 당신인줄 알고 같이 잔 거여. 시방 일어나보니깐 딴 남이니 말여, 이 일을 어떡 할거요?”
그 뭐 어떻게 말이 뒤졌단 말야. 그러니까 인제 남자 보고서니, 
“여보, 너 어쩐 놈인데 남의 여편네를 데리고 자느냐.”
“니 여편네가 아니라 내 여편네다. 진짜는 내 여편네다.”
“어째서 니 여편네냐?”
“내 여편네인 내력을 얘기를 해. 얘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 적에 나하고 이웃에서 살았어, 동네 한 동네서…, 아무데 동네서. 얘는 어머니가 없고 얘는 어머니가 죽구 나는 우리 아버지가 죽었어. 얘는 홀애비의 딸이고 나는 과부 아들이여. 부모를 위해서, 나는 부모를 위해서 밤낮 조석을 해 주니께 그 새미로 물을 질러 갈 때면, 어릴서부터 같이 만났다.
둘이 샘에 물을 길러가서 밤낮 만나니께, 우리가 늘 해 내려온 말이 너두 어렵구 나두 어렵구, 사실 똑 같다. 다 똑 같은게 혼례식은 언제든지 커서랜대두 너하구 나하구 서로 배필을 맺아 가지고 백년을 해로하고 살자 하고 샘에서부터 약조한 일이여. 그러니 앉아 있으니께 나는 먹구 지내기가 어려운 놈이요. 제두 어려운데, 아무리 부자가 수양딸을 삼아서 들어간다고 해도 말이여, 들어갔으니 내 못났어. 못 데려 간다고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래서 너는 아무데 가더래도 너는 내껏이니께 그런 줄만 알어라. 내가 포부를 하고 여태 있는 놈이여. 그래 집에서 들으니께 사실 여차 이만 저만해서, 니가 이 여자를 얻어 가고 오늘 혼인 지낸다고 하는 그런 말을 들었어. 내 새악씨하고 잠깐 만난 일은 없지만 그 전에 해 내려온 말이 있는데 그것을 앙큼한 맘을 품어 품고서, 에이 연놈이! 이 년이 돈있는 남자를 얻어가니께 내게다 말을 하나도 없구나. 너하고 이 여편네하고 둘이 오늘 저녁에 자믄은 내가 이 칼로 너 두 놈을 다 죽일라고 맘을 먹고 온 거야. 내 이렇게 맘을 먹고 들어왔으니, 들어 와 보고 문을 열어 보니께 이 여자 혼자 있길래 내 마누라니께 내가 데리고 잔 거여.”[조사자: 녜, 허허.] 
“그렇컸다! 그렇컸다! 니 말두 옳은 말이군. 다 그런 거니께 뭐. 나는 여편네가 없는 것두 아니고, 나는 여편네가 있은께, 너는 이 여편네가 떨어지면 어디가서 여편네를 얻을런지 못 얻을런지 모르니께, 나는 여편네가 집에 하나 있은께 하나 있은께 너가 데리고 살아라.”
[차소리 때문에 청취 불능] 
“이 벽장문을 열어 볼 것 같으면 너 생전 먹고 살 돈이 있어. 금, 패물이라든지 굉장히 먹고 살 패물이 있고, 이 집만 가지면 너는 생전 먹고 살어. 니 어머니 모셔다가 잘 살어라. 나는 이거 아니라도 우리 집에 가면 얼마든지 있으니께 나는 집으로 가서 살겠다.”
앞으루 ‘다시 아무 말 안하고 큰 마누라하고 잘 살겠다’ 이렇게 맘을 먹고 승낙을 해준 거여. 그래 인제 딱 갈라서고 인제 온거지. 아 저의 집에 오니께, 냅다 화염이 중천해 가지고서 담뱃불이 문지방에 세워 났던 것이 불이어 가지고서는 화염이 중천해가지고서 집에 불이 뺑 둘러 붙어뿌렸네. 안채에 있는 사람 나오도 못하고 배깥에서 들어갈 수도 없어. 뺑 둘러 붙었어. 안에선 지 아버지 지 어머니 고함소리에 사뭇, 뭐 어떻게 정신을 잃고, 들어갈 도리가 있어야지. 즈 마누라꺼지 다 타 죽어버렸어. 그만 홀랑 타 죽이고 뭐 어떡해. 뭐 할 수 없어 빈터에 안자 그저 낙심…. 날이 밝아서 인자 그 이튿 날 아침에 돌아댕기며 뒤지니, 그런데 금괴니 뭐 있는 거 할것 없이 죄 타 없어졌어. 그렇게 큰 부자라면 시골에 땅이 몇 백석직이씩 있어. 이런데 몇 백석지기씩 다 있을 텐데 말야, 문부(文簿)가 있어야지. 홀랑 타 버렸으니, 뭐 어따대고 호소 할 때 한 군데 없어. 홀랑 타 버리고 그냥 거지가…. 그 이튿날 거지가 됐는디 가만 생각해 보니깐 인자 큰일났어. 인자, 예사 아무 말따나, 금방 부자였었는데 어제 저녁에 별안간에 망해 가지고서 얻어 먹으러 돌아댕긴다고, 이것두 듣기 곤란한 일이여.
‘에이, 시골로 내려가서 아무도 모르는데 가서 얻어 먹어도 시굴루 내려 가야겠다.’ 그래 인제 시골로 내려갔어. 그래 공부만 해러 댕기던 놈이 일을 할 줄 알어. 뭐 아무 것도 몰라 그냥. 그래 오입만 한 삼 년 내려 뽑구, 뭐 한 이십여 일간쯤 뭐 할 도리가 있어야지. 그러께 시골로 내려와서 얻어 먹으러 돌아댕기는데, 멫 해나 한 육 칠 년을 돌아댕기면서 뭐 한 번 마음을 먹어보니께 일전 한푼 모으는 것이 없어. 재우 지 댐배 사 먹고, 한 푼 두 푼 모으는건 댐배 사 먹구 그저 밥 얻어 먹으면 그 뿐, 이렇게 사는 거밖에 안돼. 한 푼 뫼이는 것 없구야, 이거 별지랄 다 하든 내가 생전이 지랄하고 살 텐디, 다만 일전 한 푼을 벌어두 얻어 먹어두 서울이 외려 낫다. 서울엔 사람이 많은 게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붙들고 사정얘기를 하면, 다먼 여기선 일전을 주지만 서울선 사 오 전 오십 전씩 주거던, 서울선. ‘그렇다 서울로 가야겠다. 벌어야 겠다.’하고 서울로 기어 올라 오는 거란 말야.
칠 년 동안이나 한 번도 못 오고 말야. 다른 사람이 와서 살고 뭐 어쩌구 그런께 뭐 아는 사람이 없어. 그러자 어느 골목에 가서는 떡 서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붙들고서는 그런 사정을 얘기하고 구걸을 좀 해달라고 하면 얼마큼씩 놓아주고 그럭하고 가는데, 원 시골서 얻는 건 멫 배 벌어져.
그래 한 여자가 바구니를 떡 들고 오는데 돈푼이나 있어 뵈. 얻어 먹는 놈이 가만히 보니께, 
“아주머니! 시장에 가시는가 본데, 여 요렇게 구걸하게 됐으니께 얼마 좀 보태달라.”
고. 이래 구걸하니께 여자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예! 내가 시방 시장을…, 급해서 시장을 가는디, 내가 요 가서 얼른 해 가지고 갔다가 금방 해 가지고 올텐디, 이리 오는디 여기 잠깐 기시오. 여기 기시면 내가 시방 당신 만나서 못 준 거, 또 고기서 샀던 장에서 알아가구서 당신을 만나면 또 구걸을 할 텐데, 그때 두 몫을 해서 한꺼번에 드릴테니께 한꺼번에 드릴테니 잠깐 여기서 기달려 주시오.”
“그럼, 그러라.”
고. 그래 뭐 어디가나 거기서 하는 놈이, 거기서 시장가는 것을 보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구걸을 하다가, 이 여자가 바구니다가 두 바구니를 뭘 해서 묶구, 짊어지고 와. 들구, 
“여태 여기 있었느냐?” 고.
“여기 있었다.” 고.
“아주머니 지달리느라고 내가 여태 일부러 여기 있었느니라.” 고.
“그럴거라고. 아 이거 좀 무거우니 같이 좀 들구, 요 요가 우리 집이오. 우리 집이니 이것 좀 들구 갑시다, 같이. 그러면 내가 우리 집에 가서 당신 오늘 품값을 줄 테오. 들고 올라가는 품값꺼정 내가 다 줄 테니께 우선 들구 올라 갑시다.”
아 그러케 한손들고 둘이 이렇게 들고서 덜렁 덜렁 가는 거지. 가는데 어떤 일각문을 이렇게 들어서는데 칠 년 전에 자기가 지가 지은 입이야. [조사자: 녜. 아, 그저 칼 들고서 들어 왔던 그 집이요?] 녜! 그 집인데 가는…, 이래 문지방을 그 여자는 들어서는데, 질쭉하니께 그냥 화다닥하고 자빠진단 말이야. 그래서 앞문으로 쫓아 들어갔지. 이래 들었던 것을 그냥…, 안 들어갈라고 그 생각을 하구서 말여. 줄쭉하니께 그냥 화다닥 잡아들여. 그냥 잡아 들여서 바람에 쫓아 들어가니께 대문 안으로 들어가가지고 그래 어느 방을 하나 치워주면서 이래 들어가시라는 거야. 들어가니께 물 뜨끈 뜨하게 데워다가, 
“목간 하시요.”
그래 거기서 목간을 하고, 옷을 한 벌 잘 갖다 입힌다. 잘 한 놈의 옷을 한벌 갖다 입혀. 한다 하는 선비지. 선비지 뭐야. 본래 한다 하는 선비였던 걸 뭐. 얻어 먹느라고 닦덜 못해 그렇지. 반듯한 선비지. 그렇기 하는 도중에 옷을 갖다 입히고 난 도중인디, 본 사내가 들어온다 이 말이야. 본 사내가 들어오니께 이 여자가 부엌에 있다가 그 말 하네.
“아무 때, 년전에 당신하고 이 앞에 여차 이만 저만한 그 남자가 들어왔읍니다. 그 남자가 그 날 저녁에 불이 나 갖고서 아무 것도 못 건지고 전부 죄 불태우고 거지돼서 나갔다 소리 당신도 듣지 않았오. 오늘까정 내가 얘기 얘기 한 일은 말이 안이오. 그런디 칠 년만인 오늘 요 모퉁이 완 걸, 우리집에 지금 있으니 들어가서 인사라도 하오.”
아 그제선 밥숟가락 딱 놓고 평소엔 잘 지냈는데, 
“엠병할 년이 어디 서방을 또 미쳐서 저 지랄한다.”
고. 여편네를 어떻게 호통을 치는지 몰라. 거지 박지 같은 놈을 방에다 갖다 놓고 또 지랄한다고 사뭇 막 여편네를 어떻게 나무라는지를 몰러. 그래이 여편네하고 인제 격투가 났네.
“무지박정(無知薄情)한 당신이지. 그 사람 재산을 가지고 오늘 날까지 이렇게 살면서 그래 그 사람이 거지 되 갔다 소리 듣구 하마 찾아보지도 못하구. 그래 오늘 비로소 만났는데 다만 밥 한 숟가락이라도 노놔주지를 않고서는 당신 혼자 쳐먹을라고 그 따위 소리를 하느냐?” 고.
“어이 엠병할 년! 너는 그 남편 생각하고 그 지랄한다.”
고, 격투가 나갖고 두딜겨 패는 거야. 이게 고소가 되버렸어요 그래서 고발했는데 어떻게 판결이 났느냐 하면, 그래야 옳지 여편네가 하는 말이.
“나는 이 남자 물건을 사실 여차 이만 저만한 일이 가지고서 오늘날까지 이만큼 부요하게 살았는디, 무지막지한 전 남편을, 난 그런 중을 모르고서 어려서는 서로 이야기한 말만 가지고서 이 사람이 승낙을 해서, 첫날 저녁에 사실했다.”
는 이야기를 전부 내력을 죄 했다 그 말이여. 그래 판단을 내리기를, 
“너 그러면 어떤 남편하고 살려느냐?”
말야.
“그지 남편하고 산다.”
말야. 그제 남편하고….
“이 남편하고 살아야 난 원칙이오. 저 사람은 싫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툭 비졌어 그냥. 그래 그것이 원인이 누구냐 하면 큰 마누라가 삼 년 눈물 때문에 남편 공경적으로 안해줬을망정 마음적으로도 돌봐준 거여. 자기네 식구는 언제 타 죽더라도 타 죽을 사람이지만도 남편 하나 살리기 위해서 삼 년 고생한거야. 그래서 이 그 남자 하나만 깜짝같이 살았어.
[조사자: 그래 두 번을 그 죽을 고비를 넘겼구먼요.] 
[제보자: 그렇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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