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자료
구연상황
대보름날 남장 놀이에 관해 설명한 후 남편과 결혼하게 된 사연을 잠시 이야기했다. 이어서 조사자가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아냐 고 묻자, 직접 본 일이라며 구연을 시작했다.
채록내용
@2조사자 : 그, 옛날에 여기는 산세{山勢}도 있고 해서- 그, 어르신들 윗대 어르신들한테요, @2조사자 : 뭐 저, 호환{虎患}당한 이야기나 뭐, 호랑이한테 물려갔다든지 호랑이 관련해서 좀 이야기 들어보신 것 있으세요? 내가 봤어요. @2조사자 : 아, 보셨다고요? 에, 열아 그때가 열일곱 살 적엔가 열여덟 살 적엔가 그때, @2조사자 : [제보자에게 남편 앞에 있는 녹음기 가까이 오라고 권유함.] 예, 이쪽으로 좀 오세요. [약간 민망한 듯 웃으며] 아니 그, 아니 안 가도 돼요. @2조사자 : [웃음] 너무 너무 내외하셔가지고, 이쪽으로 저희가 그래 녹음기 옆으로……. 근데 인제 그때는 모여가지구 저, 아가씨 적에 마을 방에 이렇게 등잔불 켜놓구, 그리구 뜨개질을 했어요. 뜨개질을 해므는 이불보 [손으로 뜨개질 시늉을 하며]요렇게 꽃 하나씩 뜨구, 뜨개질 바늘 코바늘루, 그렇게 했거든요. 근데, 열두 시면 인제 헤어지잖아. 열두 시면 헤어져 가지구, 열두 시에 인제 우리 집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이쪽이었었는데 개울 저 끝에. 올라가는데 [남편에게] 그, 그 전에 금분네{(+이웃사람 집)} 이, 저기 저그 있지? 그러믄 태분네{(+이웃사람 집)}에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잖아? 거길 이렇게 막 올라가니까 그 마당에 뻘건 짐승인데 소만해. 소만한 짐승이 보고 있는 거야, 나를. 나는 그걸 몰르구 그냥, 밤이라 그냥 거길 올라 간 거야.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 뒤로 올 수도 없구 그냥, 가만히 이렇게구 서 있었어 그거를 보구. 그런데 인제 자기도 놀랬나봐, 사람을 보구. 가만히 이렇게 보는 것 같더라구, 맞닥뜨려서 얼굴을. 보고 있더니, 뒤돌아서 저 온 길 있지 그, 우리 집 건너가는 길 건너 가지구, 산으로 이렇게 쭉 올라가더라구. [손으로 호랑이의 이동 방향을 가리키며] 이렇게 해가지구 앳동지{(+마을의 지명인 듯.)} 있잖아, 글루 올라가는 거야. 근데 그냥, 거 거 가는데도 무서워서 뒤로 갈 수도 없구 그냥 거길 따라 가가지구 집으로 그냥 들어갔어. 들어가갖구 밤에 무서워서 얘기두 못해구 아주 혼-났어 진짜. 내 아주 죽을 뻔 한 거야. 아유, 어느 틈에 집으루 뛰어 들어갔는지도 몰라, 놀래갖구. 근데 그게 얘길하니까 호랑이라 그래더라구. 꼭 소만해, 소. 그래갖구 진짜 많이, 엄청 놀랬어. 그 그, 그 뒷날은 못 나왔어 그래갖구. 무서워서. 그 거, 그걸 봤어 나는. 근데 그게 호랑이라구, [웃으며] 밤에 다니지 말라구 그랬다구. @2조사자 : 옛날에는……. 그 생각을 해믄 지끔두 무서워서 소름이 쫙-끼쳐. 그걸 그냥 이렇게 계단을 올라가, 마당을 올라가는데 그게 보이더래구. 발짝을 띠지도 못해구 [조사자 웃음] 옮기지두 못해구 그냥, 서 있었던 거야 그냥. 근데 자기가 그냥 뒤돌아서 가더래구. @2조사자 : 참, 큰일 날 뻔 했네요? 아유, 큰일 날 뻔 했어. [조사자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