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제목
무안군 일대 인공시절의 비극
자료분류
설화
조사자
이경엽, 한서희, 이옥희, 이유리
조사장소
전남 목포시 대성동 양...
조사일시
2016. 4. 15(금)
제보자
박정예
조사지역
전라남도

구연상황

도깨비 이야기를 한참 듣고 나서 잠시 이야기판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조사자가 판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전쟁 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하자, 박정예 할머니가 어린 시절 동네에서 겪은 인공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채록내용

우리 동네도 아주 많이 죽었어.
        @1:인공 때?
        예수 믿는다고. 예수님. 예수 믿는다고 예수라고 다 때려죽이고.
        @1:인공 때?
        각, 훤한 가시네들 막, 가시네들도 막 두드리고 막 그러드만.
그러고 배로 한 배썩 묶어갖고 배로 한배 실어갖고 가서 다 물에다 빠쪄서 죽이고 그랬지
        @1:잉? 진짜로?
        잉. 그랬는디.
        @1:인공 때?
        인공 때. 다 그러고 죽여불고. 배가 내롸서(내려와서) 그놈들은 다 모도 집, 부잣집이 댕김시로 옷도 빌려갖고 갔제. 막 뭔 돼지 소 잡아서, 돼지 잡아서 짊어지고 간 놈이 없는가 막 그랬어 그랬는디.
        @1:세상에...
        시상에 거 배에서 다 퍼불고 거시긴디. 큰애기가, 그 저그 한아씨를(할아버지를) 칼로 탁 쳐서 죽이고 지그 아부지 죽여불고 긍께.
        그놈을 본께 장안으로 떨어져붓어. {‘장안’은 배안에 고기를 저장해 놓는 넓은 창고와 같은 곳을 이름} 그런디 장안에가 거가서 이러고 드러눴응께.
        졑에(곁에) 와서 손 씻고 염병 하드락해. 막 피가 내려간께. 그래도 (장안에 사람이 있는 줄을) 모르더락해. 사람을 하도 죽여논께 모르제.
        그래갖고는 인자 다 하고 가분디로, 인자 거기서 정신을 차렸갖고 본께, 잠을 한 숨 거기서 잠들댁끼들 자부렀든갑어.
        그래갖고는 지그 어매 죽었재 지그 한아씨 죽었재, 지그 동생까지 데꼬 와서. 지그 아부지까지 다 죽여붓제.
        그런게 그 걸음에 그냥 놀래갖고 애기가 장안에가 떨어져 부렀어. 큰애긴디.
        그래갖고 그 큰애기가 인자 어느 때나 되았든가 일어나서.
어찧게 그 짚은디라(깊은 곳이라) 나올란께 떠그덤 떠그덤 했든갑어. 그런께 이웃사람들이 뭔 구신(귀신) 났다고 했다고. 구신났다고 했다.
 그래갖고 질로 꼬작집이(골짜기 집에) 영감 할멈 산 집을 찾아가갖고. 거기서 막 밥 디래서 밥 해서 막 믹이고 모도 막 그 애기를 살렸어.
 그래갖고 거기서 인자 잠 한 숨 자고 아직에사(아침에서야) 인자 지그 집 가본께 눈도 못본 할매 한자 있더락해.
 다들 어디로 가불고. 그랬는디 지그 오빠 한나 있는디. 오빠는 어디로 숨어불고 살고.
 지그 어매 지그 아부지 지그 한아씨 그러고 죽여부렀제. 애기 애기까지.
        그래갖고 그 큰애기가 살았어. 살아서 그래도 시집갔어. 시집가서 새끼들 낳다고 하대?
        새끼들 많이 낳다고 허드만 죽어붓다고 허드만 어찌서.
        조사가 겁나게 심했제 아조. 밤낮 띠께(조사 받으러 다녔다는 의미) 댕기고.
        #1: 성당에 댕긴 사람들도 다 죽였어.
        @1: 근께요. 왜 인공 때 교회 다니고 성당에 다니면 죽였을까요?
        겁나게 아조. 사람이.
        @1: 그러니까 어머니 살 때, 목포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청계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청계에서 있었어. 청계 복길서 있던 일이여. 그 후로 곁문가에라 퍼뜩하면 그놈들 차고 들어와.
        그런께 밤에도 막 피란 나가고 소도 끌고 피란 가고 그랬당께. 소가 하도 뛰고 거시기한께 소를 끌고 갔는디 사람보다 더 소리 않고 있어.
        나 그런께 소가 겁나게 무섬탄 줄 알았어.
        @1: 소도 무서워갖고 말을 안하는?
        생전 졑에다 놔두믄 숨도 크게 안쉰단께, 소가. 피란 가서 산 속에 가서 있는디.
        @1: 진짜 소가 사람보다 더 영물이네. 아까 그 소가 어디로 떨어졌다고 그랬는데 거기가 어디에요? 나 잘 못들어서.
        청계 복길리란께.
        @1: 아니 아니. 근께는, 놀래갖고 떨어졌는데 바로 바다로?
        배로, 뱃속으로 떨어졌당께.
        @1: 배 속으로? 배에서 바닷속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배에가 있는디 이런 욱에가 앉겄는디.
        지그 할매 한아씨, 한아씨를 엄매랑 죽인께 칼로 쳐분께. (그 처녀가) 놀래갖고 떨어져 장안으로. 장안으로.
        @1: 장안으로?
        장안으로 떨어졌는디 장안으서 막 물이 내려가믄 피해서 피가 막 내려가믄, 거기서 손 씻고 염병 허드락해.
        그래도 모르더락해. 사람을 하도 죽인께 그냥 띠병 해부렀제. 그래갖고 그 사람이 그 큰애기가 살았단께 혼자.
        @1: 배 바닥을 말하는 거에요? 장안이?
        배 장안이 이렇게 (제보자가 두 팔을 벌려 설명하려고 하자)
        #1: 배에가 잠자는데 이런 데가 있어.
        쌀, 고기 막 앵기고 막 그런 거시기가 커. 그런디서 떨어져부렀제.
        #1: 있어. 곳간.
        @1: 곳간 같은 거에요?
        #1: 응. 그리 떨어졌응께 몰랐든갑든갑다. 막.
        그래갖고 살어갖고 그 큰애기가 밤에 떵떵 거리고 거기를 짚응께 나올라믄 큰 배라놔서 나올라믄 사납제.
        #1: 잘 못나오제.
        그런께.
        @1: 배 속에 있는 창고 같은 거네요 그니까. 그리 떨어져분 것이.
        응. 놀래서 옆 동네 사람들이 떨그덕 떨그덕 헌께. 구신 났다고 허드란께. 구신 났다고 허드란께.
        그런디 꼬작이 가서 영감 할멈 사는 집이 있어. 그런디 거기를 찾아갔다고 허드란께.
        그런께 영감들이 모도 밥, 죽써서 멕이고 막 그래갖고 애기를 막.
        @1: 어째서 근디 그 집 부모를 다 죽였대요?
        응?
        @1: 인민군들이 왜 그 집을?
        아따. 그 저, 그때는 무조건 갱번에(바닷가에) 나온 사람은 다 죽였어. 갱번에를.
        @1: 갱변에 나온 사람들을?
        응. 나온 사람을 다 막 거시기 해갖고 막 묶어갖고 배로 실어갖고 죽였제. 안나온 사람들은 살고.
        그 문 앞에다가 [제보자가 두 손으로 큰 모양을 만들면서] 그 사람들이 막 방앳간인디.
        방앳간 앞에다가 막 지그는 거기다가 막 거시고, 뱅기오믄 소리나믄 거가 술먹고 그러더만.
        근디 그 집 뒤안에, 거시기 말래 모도 그리 들어간 사람들 다 살았어.
        @1: 근디 그렇게 누가 그렇게 죽였어요?
        인민군들이 그랬제.
        @1: 어머니가 그때 들은 얘기에요? 아니면은 어머님은 인공 때는 어렸을 때 같거든요?
        아니제. 안어렸어. 시집가기 전인갑어. 울 아버지가 그때 면장이었거든? 그랬는디 우리 집이를 총칼을 짊어지고 탁 왔대.
그런디 울 아부지보고 어찌 어른 동네가 있는디 이렇게 난리를 쳤냐고 그래.
긍께 울 아부지가, 나는 집이가 안 있고 청계 나가서 있응께 모르겄다고 그래. 그런디.
        그러고는 나가서 허는 소리가 그래. 우리 동네, 여기 동네.
거시기 저, 정만복이라고 저그 성제간이라고 해. 그 사람도 갱변이로 나왔응께 당신도 갱변이로 나오라고 그래.
그런께 우리 아버지가 나간다고 그러고는. 그 총칼 옮여지고 갱변이로 나가더만.
 그런디 보고 울 아버지를 이렇게 [제보자가 두 손을 크게 벌이면서] 옛날에는 장독 항이 이랬어.
 그 속에다 울 아부지를 넣어놓고, 여 반듯이 해놓고 있었어. 그러고 나는 이러고 있응께 우리 어매가 그래.
 “너는 갱변이로 가거라.” 그래.
        그래서 갱변으로 나갔어 나는. 나갔는디. 우리 동생들이 둘이 머시매들 둘이 막, 와서 있는디 막 뭐 새내끼 걷으라고 뭐 줄 걷으라고 막 지랄하대.
        긍께 걷으러 댕겨 애기들이라 모른께. 그래서 걷어다 주고는 아, 어디로 다 가부렀드랑께 애기들이.
        그래서 나는 인자 거기서 인자 모도 막, 그 예수 믿었다고 막, 거시기 헌 대쪽, 대나무 갖고 잉. 막 뚜드르고 염병을 해.
        남자들도 뚜둘고 막 여자들도 막 뚜둘고. 가시네들도 막 뚜들고 그랬드만.
        그런디 보고 나는 비행기가 막 욱에서(위에서) 떠 갖고. 그서 근께, 그전에 지그는 다 숨었어.
        그래도. 그래서 나는 두리번떡 허고 있다가, 우리 성님이 우리 종중에댁이, 이랬트믄 갱변에 나와서 앉었길래.
갓 애기 한나 배갖고. 가자고. 가자고 긍께. “성님 나는 무선께 안가고 여가 앉었다가 들어갈란다.”고 그래.
그래서 우덜은 다 저, 집으로, 나는 집으로 와부렀어.
그런디 보고 그랬지. 난중에 늦게 모도 다 묶어갖고 그러고, 막 배에다 실어갖고 모도 다 그렇게 모도 죽애부렀제.
물에 가서 막 총놈 거시기 칼로 치고 막 밀어너불고 막 그랬어. 그래갖고 산 사람이, 애기들이, 머시매들은 그래도 시험해갖고.
가에 같으면 깨 할딱 벗고 시상에 독구맥이가 있으면 독구맥이까지 다 쑤셔 죽여붓당께 이놈들이.
        그래갖고 모도. 정만복이라고 그 사람도 저그 성제간이라 해도 다 죽였어.
        그래도 울 아버지는 항 속에가 숨었다 밤에 인자 꺼먼 홑이불 한나 갖고 밭으로 가드만, 들로 가드만.
        들로 가서 인자 있응께. 아는 사람들이 인자 날이 새믄 파작 짓고 막 뭐 거기다 뭔 해갖고 와서 줄드락해.
        그런께 잡수고. 밤이믄 거가 있으믄 이상 거까지 총알이 목포서 떨어지드락해.
        그런께 ‘아하, 목포는 쳐들어왔구나’ 그래. 울 아부지가. 그랬닥해.
        그래갖고 그러고 댕김시로 들로 댕김시로 기별은 자꼬 해줘. 목포는 쳐들어왔응께 가만히 어디 도망가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런디 우덜은 엄마하고 나하고는 살았는디. 우리 동네 구칠이 동생이라고 그것이 우리 오빠를, 아이 그놈을 데꼬 나감시로
        “우리가 앉어서 죽으나 뛰나 뛰어서 죽으나 일반인께 가자고”만 해.
        그래서 물이* 건너서 간디. **에가 물이 한나 차와놓고 들어가갖고 못가겄드락해. 그런께 아직이 도로왔대 저녁에.
        아 그런께 또 아직이 날샌께는 또 가자고 와서 염병을 하네. 그래서 데꼬 가갖고.
        데꼬 가갖고는 시상에 거기 **를 건네간께. 지서서 치한대들이 딱 잡더라네.
        그래갖고 방에다 딱 가둬놓드락해. 그럼서 칼을 막 쓱쓱 갈더락해 죽인다고.
        그런디 그 델꼬 간 사람이, “우리가 이러고 앉어서 죽으나 뛰어보고 죽으나 팽야 일반인께 한번 뛰어보자
        .” 그러고 허더락해. 그런께 우리, 오빠는 “나는 무서운께 못가.” 그런께 막 깨를(옷을) 벗으면서 “나 변소에 가 잡고 죽겄다”고 막 허고 가드락해.
        그런께 해필 변소가 거름쪽에가 있응께 그 변소에는 안들어가고 옷 할딱 벗어불고 막 담박질 쳤닥해.
        그래갖고 멀리 온께 마침 물이 써갖고 있응께 머리 가믄 건너서 그 사람을 살았어. 그래갖고 그 사람은 살아. 시방도 그 사람은 살아갖고 있어.
        @1: 오빠는 죽었고?
        오빠는 인자 거그서 혼자라 못 죽이고. 지서로 넘겨부렀제. 저 거시기로 넘겨갖고.
        목포서 또 너니 서니가 또 목포 쳐들어왔다 허고 속없이 넘어오다 그 사람들도 잽혀갖고 너니가. 죽어붓어.
        우리 오빠랑 너니(네명이) 죽었어. 이로면 지서에서. 그래갖고 울 어매가 그때 딸 한나 난디다가. 막 딸 한나 나갖고 걸음도 잘 못간디.
        울 어매가 거기까지 애기 업고 댕김시로 본께. 구덩이에다 이렇게, 구덩이에다 죽여서 칼로 쳐서 죽였는가 어깨도 짤라지고 아주 그랬드락해.
        그런디 가마니 떼기로 딱 덮어붓드락해. 그래갖고 인자 놔뒀다가 알아서 인자 난참에 가서 모도 묏 쓸라고 본께 어깨에가 모도 짤른 사람도 있고 안짤른 사람도 있고.
        그래갖고 거기서 이로면 지서에서 모도 묻어놨어.
        @1: 일로를 말하는 거죠? 일로?
        응. 거그서 거그다 묻었제. 할 수 없재. 그래갖고 너이가 한 구덩이에서 죽었당께.
        그런께 새끼들이 목포가 더 있었으면 살 놈인디. 쳐들어온다고 오다가 모도 잽혀갖고.
        찾고 울어매 고생 무지허게 했네 그때. 그래갖고 지서에, 울 아버지는 지서로 기양 가부러논께.
        지서에서 구 면장이 와갖고. (구 면장이 사람들에게) 아조 매를 얼마나 맞었는가 띵띵 붓어갖고 왔어.
        울어매가 뭔 곗날인께 울 어매보다 해주라고 허드락해. 그런께 해준다고. ‘내가(구 면장이) 나가믄 다 죽인께’ 다 같이 거 해줬닥해.
        (구 면장이) 지그 부락사람들 데려다가 때려죽였어. 울 아부지는 그때 매 한나도 안맞고 그래도.
        어찌게 없이 살다가 모도 그랬는가, 울 아버지가 삼대 독재인디. 없는 사람들만 뭐 면에서 나오믄 다.
        그때는 별 거이 다 나왔제. 신발까지 혼자 다 나왔어. 다 없는 사람만 다 줬댜.
그란께 갖고. 부락에서 울 아버지 찬덕을 다 한께. 매 한나 안맞고 살아겠어. 참 살다가 돌아가신.
        @1: 좋은 일을 많이 하신께 인심을...
        울아부지는 그런께 동네서 돌아가셨다고, 어째서 그 양반이 금새 돌아가셨다냐고 그래. 칠십 아홉에 돌아가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