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자료
구연상황
앞의 이야기에 이어 조사자가 이야기를 계속 청하였다. 그러자 제보자는 박문수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구연했다.
채록내용
그, 옛날에 그저 평양기생이래면 천수{신수}가 이쁘고{예쁘고} 뭐, 이랬었다고. 그런데 인제, 그, 평양기생이 아주 얼마나 이쁜 기생이 있었는지, 그 평양감사로 들어 가면은, 그 여자만 보면은, 그냥 홀려가지고 정사를 잃었다는 거야. 나라 일은 못하고, 그 여자에 빠져가지고 그냥 말고, 말고 그랬다는 거야.{(+여자에게만 빠져서 아무 일도 돌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깐 임금님이 거기 가면은 그 따구{따위}로 하니깐, “고만 두라.” 해고 시킨 거지, 지금으로 말하면 해고지. 인제, 그러고 딴 놈으로 잘하는 놈으로 보내면 또 그놈도 마찬가지고. 이게 임금이 생각하기에는 큰일 났거든, ‘이걸 어떻게 해야 이거를 없애느냐?’ 이런 얘기야. 그래, “그 이유가 뭐냐?” 이러니깐은, 아, 그, 그 기생 이름을 잃어먹었네,{잊어버렸네,} 그 뭐 때문에 인제 그러니깐, “아, 그 여자를 잡아야 되는데, 그 여자를 잡기가 힘들다구.” 그러는 거야. 그러니깐, 이제, 그 어사 박문수가. 그때 당시 헐 땐데{(+암행어사를 할 때인데)}. 그 박문수를 보내면 잡을 것 같더라는 거야. 그 박문수 인제 거, 가 갔는데, 평양을 들어갔는데, 아-주 여관마다 다 꽉꽉 차고, 뭐야, 방이 없더라는 거야. 그래서 인제, 성 밖으로, 밖으로 나와서 인제 잘라구{자려고}, 한 집에 들어가서, “나 좀, 하루 저녁 자고 갑시다.” 그러니깐은, “아유, 저 혼자 있는데요.” 여자가 그러더라는 거야. “아, 혼자 있어도 어디 좀 뭐-, 방이 몇 칸이냐?” 이러니깐은, “방은 두 칸이라고.” 그러더래. “아, 그럼 당신은 거기에 있고, 나는 한 방을 달라.” 그러니깐, “그럼 그러시라고.” 그러더라네. 그런데 옛날에는 암만 어려워도 손님을 안 받으면 모르지만 손님을 받으면 밥을 해 먹어야 돼 있었다고. 지금은 여관에 가도 지가 어디가 밥 사먹고 그러지만, 옛날에는 개인집에 이렇게 우리 집에 들어와 있어도 손님이 들어와 있으면 밥을 해 먹여서 그 이튿날 아침 해 먹여가지고 보냈지. 그냥 보내는 법, 굶어 재우는 법도 없고, 그랬다고, 지가 굶으면 같이 굶고 그랬지만은, 아, 인제 밥을 해다가 이렇게 주고, 그래가지고 밥을 먹고 혼자 가-만히 박문수가 방에 앉아 있으니깐, 궁금허대라는 거야. ‘이 여자가 혼자 여기서 산다. 그 여자가 뭔가?’ 그러고선 있는데, [방문을 가리키면서] 지금은 저런 문이지만 옛날에는 문창지가 종이 한지로, 이렇게, 해가지고 열고 닫는 거 그 거.[오른손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부자집이나 여닫이 문이지,[오른손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그냥 열고 닫고 그러는 거지. 그래서 인제 소리가 나면 안 되니깐. 침칠을 해가지고 저, 문창호지.[오른손 검지가락으로 왼손바닥을 누르면서] 고, 침칠을 하면은 그냥 소리도 안 나고 ‘퍽’ 해서 ‘폭’ 뚫린다고.[청중을 보고 웃으면서] 그래 쪼금 뚫어가지고.[몰래 보는 시늉을 하면서] 요렇게 보니깐 여자가 앉아서 바느질을 허는데 이거 미치겠더라는 거야. 어, 박문수가 보니깐, 그래니 도저히 이건 뭐 그냥 잘 수가 없다는 거야. 그러니 이거야, 뭐, ‘기생을 잡으러 왔다가, 뭐야, 이걸, 어떻게, 저 여자를 어떻게 하면, 내가 이거 험되면,{(+잘못을 저지르면)} 임금님한테, 도로 쫓겨 날거고. 이걸 어떡해야 하나.’ 하고 앉아서 그러다가, 그 여자를 불렀대는 거야.[문 두드리는 시늉을 하면서] 문을 똑똑 두드려가지고, 그러니깐, “왜 그러시냐고?” 그러니깐, “좀, 나 올라갈 수 없소?” 그러니깐은, 아, 올라오시라고. 왜 그러시냐고? 그, 그래가지고서는 인제 앉아서 얘기, 얘기를 하다가, 그날 저녁에 그 여자하고 같이 잤다는 거야. 박문수가. 그 여자가 그렇게 이쁘더라는 거야. 한 번 보면 미친대, 사람들이, 얼마나 이쁜지. 그래가지고 같이 잤는데, 그 인제, 지가 어사라는 얘기는 안했지, 박문수가. “어서{(+&어디서&의 뜻임.)} 온 사람이라고.” 그짓말하고 그랬는데, 한양에서 왔다는 소리도 안하고, 그랬는데, 하루 저녁 우리가 이렇게 인연을 맺었으니까, 나한테도 그저, 뭐야. 뭐 좀, 해 달라! 여자가 그랬다는 거야. “그러냐?” 그래가지고서는 “손을 걷으라.” 그래가지고.[손목에 글을 쓰는 시늉을 하면서] 여기다가, 그, 저, 그래 지금으로 말하면 사인이지. [옆방에 있던 마을 주민이 구연 장소에 있던 옷을 가져가는 관계로 11초 정도 멈춤.] 아, 그래가지고서 인제 거기다{(+팔목에다가)} 바늘로 지금은 문신이라고 하지? 그거를 이렇게 해주고는 헤어졌다는 거야, 지{(+자기)} 사인을 해가지고. 그래, 헤어지고선, 인제, “난 간다고.” 그러고선, 조반을 얻어먹고는 인제 그 기생을 잡으러 간 거야. 기생을 잡으러 가 가지고, 거기 가서, 인제, 그, 지금으로 말하면 도청이지? 도청에 거기 가가지고는 인제, “뭐 잡아…….”[기생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하면서] 아 이름이 입에서 뱅뱅 도는데, 안 나네. “거 잡아 와라.” @1보조 조사자 : 기생 이름이 생각 안 나세요? 어. 인제, 그, 저, 박문수가 거기 앉아서, “잡아 와라.” 하니깐은, 아, 지금이라고 하면 경찰들이겠지, 이젠, 그전에는 그 포도청이라고 그랬지, 포도청에서 나와가지고 그걸 잡아왔단 말이야. 잡아 와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고개를 푹 수그리고, 여자가 인제 잡혀왔으니깐. 아, 푹 수그리고 있는데, “니가 어찌하여 나라의 정사를 다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느냐? 너는 당장 아주 능지처참 하리라.” 그랬대는 거야. 그러구선, “니가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라.” 뭐, 지금 뭐, 사형수한테다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허라고, 그랬다는 거야.[옆방에서 간식을 가져오는 관계로 잠시 끊김] 그래가지고 이젠, 그러니깐은 그 얘기를 헌 거야. 그 여자도, 기생도 배운 여자인데, “엊저녁에 같이 인연을 맺었던 그 남자가 어디에 있는지 그 남자를 한번 만나보고 죽었으면, 나는 한다.” 그래서 이상하거든, ‘어떤 놈이 {(+엊저녁에 나와 똑같은 짓을 했을까?)} 나도 그런 짓을 했는데, 뭐야, 그런 놈이 똑같은 게 있나’ 하구선, “그럼 너는 팔을 걷어봐라.”[조사자를 보고 웃으면서] 아, 걷어 보니깐, ‘지난번 그 여자다.’ 이거야. 아, 그러니깐 혼비백산{魂飛魄散} 해가지고, “아이고 나 살려라 하구서는.” 와 가지고, 박문수가 그걸 잡지도 못하고 그만뒀다는 거야, 어사를. 말하자면 사표를 낸 거지.